마침내 얼굴 드러낸 '압구정 미꾸라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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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국내 주가지수 선물시장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3명의 전설적 인물이 있다. ‘목포 세발낙지’‘압구정 미꾸라지’‘울산 문어’등이 그 주인공들이다.

'목포 세발 낙지'는 대신증권 목표지점 영업부장을 지낸 장기철씨를 부르는 말이고, '울산 문어'는 울산의 한 큰 손 개인투자자로 알려져 있다. ‘압구정 미꾸라지’는 서울은행 주식운용부 출신의 윤강로(50) KR 선물회장을 부르는 애칭이다. 시장 주변의 위험을 미꾸라지처럼 잘 피해간다고 해서 주변에서 붙여준 이름이다. 주가지수 선물(先物)시장에서 종자돈 8000만원으로 1300억원을 벌었던 전설 같은 고수다.

그는 외부에 자신이 노출되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언론의 사진 촬영에 응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언론에 얼굴이 노출되는 것이 투자에 아무런 실익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부터는 선물 투자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한다.
그랬던 그가 5일자 조선일보에 대문짝만하게 얼굴을 내밀었다.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보스턴에 150억원을 들여 지은 중ㆍ고교생 전문 기숙학원 렉싱턴프렙스쿨(www.lexingtonprep.com)을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한국 학생은 물론 홍콩이나 터키 출신의 부유층 자제들을 위한 기숙학교다. 일종의 ‘관리형 사교육’ 시스템이다.

원래 서울은행 펀드매니저였던 그의 인생은 1994년 3개월간의 미국 시카고 선물거래소(CBOT) 연수가 바꿔놓았다. 모의투자에서 탁월한 성적을 거둔 그는 96년 국내 선물시장 개장과 동시에 퇴직한 다음 개인 자격으로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날 시장의 종가(終價)까지 정확히 알아맞힐 정도였다. 2004년 그는 당시 한국선물을 인수, KR선물로 이름을 바꾸고 ‘제도권’ 진입을 달성했다. 하지만 1300억원을 벌고 나서도 계속 투자했다가 2004년 500억, 2005년 100억, 2006년에 45억원씩 계속 손해를 봤다.

그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흑삼병(3일 연속 주가가 빠지는 것)이면 과감히 손절매(손해를 보고서라도 파는 것)해야 한다”고 말했다. 레버리지(적은 자금으로 큰돈을 거래하는 기법)를 많이 써선 안 된다고 하던 제가, 회사를 인수하고 나선 회사를 살리려는 욕심에 레버리지를 써서 필요 없는 거래를 많이 하며 거래량을 늘렸다고 패배 원인을 나름대로 진단했다.

그래도 “레버리지를 많이 쓴 투자가의 말로가 가장 나은 게 빈털터리, 그다음이 감옥행, 최악은 권총자살이라고 하는데 아직 빈털터리가 안 됐으니 다행”이라고 말했다.

그는 학원 사업자금 마련을 위해 한때 KR선물 매각도 생각했지만, 해외 제휴선을 찾는 정도에서 그대로 보유하기로 했다.
선물(先物)거래는 주식이나 상품, 주가지수 등을 미래의 일정한 시기에 특정한 가격으로 사고팔기로 약속하는 거래다. 갑이 을로부터 A기업 주식 100주를 10일 후 주당 10만원에 사기로 약속하는 식이다. 적은 증거금으로 큰 금액을 거래할 수 있어(레버리지 효과), 크게 돈을 벌 수도 있지만 반대로 크게 손해 볼 우려도 있는 등 투기성이 강하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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