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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부패 대 반부패 몰기 안간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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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후보(中)가 4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에 참석해 웃고 있다. 오른쪽부터 손학규 공동선대위원장, 정 후보 부인 민혜경씨, 정 후보,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 천정배 가족행복위원회 위원장. [사진=조용철 기자]

'이회창 출마' 변수에 따른 지지율 하락에 당황하던 범여권 후보들이 일제히 전략 수정에 들어갔다. 위기이지만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 측은 "중.장기적으로 나쁘지 않고 더 해볼 만하다"며 전열 정비에 나섰다.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경제 대통령' 이미지에 이회창 전 총재의 '수구' 이미지를 덧씌우고, 두 사람 모두에게 '부패' 딱지를 붙이겠다는 전략이다. 또 범여권 단일화를 하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4일 자신의 핵심 슬로건인 '가족행복' 위원회 발대식에 참석했다. 그는 "부패의 거대한 물결이 다시 우리 사회를 강타하고 있다"고 전제한 뒤 "땅투기의 상징 이명박 후보로도 모자라 불법 정치자금의 대명사 이회창씨도 대선에 나온다고 한다. '땅떼기'와 '차떼기'의 부패 콘서트가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부패와 반(反)부패' 구도로 선거전을 이끌겠다는 의지가 역력했다.

정 후보는 이어 "역사를 퇴행으로 이끄는 이명박 후보의 자격을 국민 여론으로 박탈해야 하며, 이회창씨도 역사의 선택이 끝난 사람"이라며 "내가 미래와 변화를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그는 두 사람을 "부패의 쌍두마차"라고 공격했다. ▶차명거래 처벌 강화 ▶공직자부패수사처 설치 ▶내부고발자 보호 범위 확대 ▶대통령 사면권 제한 등 관련 공약도 제시했다.

정 후보 측 측근들은 '이회창 출마'가 새로운 전선을 형성해 정 후보에게 반사 이익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했다.

최재천 대변인은 "이명박 후보의 대표 분야는 경제였는데, 이회창씨가 등장하면서 '누가 더 보수인가'의 논쟁으로 쟁점이 옮겨가고 경제 이슈가 흐려질 가능성이 커졌다. '경제'라는 원정경기 대신 '평화.통일'이라는 홈그라운드로 이슈가 넘어올 것"으로 주장했다.

김교흥 홍보본부장은 "이명박 후보에게 중도 진보성향이나 변화를 가져오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이회창씨가 나오면서 그쪽은 수구, 우리는 미래세력을 대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웅래 의원은 "정 후보가 3등 후보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해 지지층이 후보 단일화 압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내년 4월 총선도 이명박-이회창-정동영 중심의 3자 구도로 치를 가능성이 커졌다"며 "총선 결과에 희망이 생긴 범여권 의원들이 정 후보를 중심으로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신당 경선에 나갔다 이해찬 후보를 지지했던 유시민 의원은 3일 천안에서 열린 팬클럽 강연회에서 "정동영 후보는 이명박씨나 이회창씨보다 열 배, 백 배, 천 배 낫다. 정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욱.김경진 기자
사진=조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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