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상쾌 은행강도 이야기-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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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호 14면

‘명랑한 갱이 지구를 움직인다’는 경쾌한 오락영화다. 눈길을 끌 만한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원작소설인 『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는 일본은 물론이고 한국에서도 인기를 얻은 이사카 고타로의 작품이며, 감독 마에다 데쓰는 ‘쉘 위 댄스?’ 등을 연출한 수오 마사유키 감독의 연출부 출신이다.

주인공 넷 중 중심인물 격인 나루세를 연기하는 오사와 다카오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로 잘 알려진 배우. 그래서 실제 영화는? ‘이탈리안 잡’보다 경쾌하고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보다 아기자기한, 영리한 도둑들의 한탕 이야기가 되었다.

나루세(오사와 다카오)는 남의 거짓말을 본능적으로 간파한다. 유키코(스즈키 교카)는 절대시간을 감지하는 생체시계를 지녔다. 이 두 사람에다 물에 빠지면 입만 동동 뜰 것처럼 쉴 새 없이 말하기를 즐기는 교노(사토 고이치)와 타고난 소매치기인 구온(마쓰다 쇼타)을 더하면 성공확률 100%의 은행강도들이 탄생한다. 어느 날 나루세 일당은 은행에서 돈을 털어 도주하다가 다른 강도들에게 돈을 빼앗긴다. 그들은 범인을 찾아내기로 한다. 사건을 해결하는 와중에 다른 강도사건이 벌어진다.

마에다 데쓰 감독은 소설을 시나리오로 만들면서 이유 있는 각색을 감행했다. 원작 소설에서 건조할 정도로 서로 거리감을 유지하던 은행강도 4인방은 영화에서 보다 끈끈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 나루세와 유키코의 애정전선은 살짝 암시되다가 극적 결말로 이어진다.

네 사람이 소설에서처럼 서로 거리감 있는 동료에 불과했다면 있을 수 없는 결말이다. 사건의 배후에 있던 범인의 정체 역시 영화 상영시간 안에서 적절히 설명할 수 있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초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영화답게, 현실적이고 ‘말 되는’ 꼼꼼함을 유지하기보다는 화려한 색감과 한눈에 티가 나는 CG들로 만화적인 느낌을 살린 점은 영화에 ‘명랑함’을 더한다. 키득거리며 즐길 수 있는 영화. 영화가 끝나고 출연진과 제작진 이름이 다 올라간 뒤, 깜짝 영상이 숨어 있으니 극장에서 서둘러 자리를 뜨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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