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포천 실종 여중생도 96일만에 피살체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경기도 부천 초등학생 실종.피살 사건 수사가 답보를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또 포천에서 여중생이 실종된 지 96일 만에 피살체로 발견됐다. 경찰은 부천 초등학생 사건에 이어 포천 여중생도 처음에는 단순 가출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벌였던 것으로 알려져 경찰의 실종 초동수사가 허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8일 오전 10시15분쯤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이동교5리 축석낚시터 맞은편 야산 기슭의 콘크리트 배수로(길이 7.6m, 직경 60㎝)에서 지난해 11월 5일 실종됐던 嚴모(15.포천 D중2년)양이 숨져 있는 것을 수색 중인 경찰이 발견했다.

숨진 嚴양은 교복과 속옷이 모두 벗겨진 채 양손은 얼굴쪽으로, 다리는 배쪽으로 웅크린 자세를 하고 있었다. 嚴양의 시체는 심하게 부패돼 있어 경찰은 가족들을 통해 嚴양 오른쪽 팔 화상 흉터와 맹장수술 자국을 보고 신원을 확인했다.

이날 서울 청량리역에서 딸을 찾기 위해 사진 전단을 나눠주던 중 "여자 변사체가 발견됐으니 신원을 확인해달라"는 경찰 통보를 받고 현장으로 달려간 嚴양 부모는 딸임을 직감하고 "내 딸을 살려내라"며 몸부림쳤다. 시체가 발견된 곳은 평소 인적의 통행이 드문 지방도로에서 20여m 벗어난 지점으로 집에서 7㎞가량 떨어진 곳이다. 경찰은 시체 부패정도로 미뤄 범인이 실종 당일 嚴양을 살해한 뒤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嚴양 시체가 발견된 현장에서 6m쯤 떨어진 곳에서 정액으로 추정되는 액체가 얼어 붙은 콘돔과 체모가 붙어 있는 휴지를 발견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유전자 감식을 의뢰했다.

嚴양은 지난해 11월 5일 오후 6시18분쯤 학교수업을 마친 뒤 포천시 소흘읍 송우리 추산초등학교 후문에서 친구와 헤어진 뒤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실종됐다. 당시 嚴양은 어머니에게 휴대전화로 "곧 집으로 들어간다"는 말을 남긴 뒤 연락이 끊겼다.

嚴양이 마지막으로 전화를 건 곳은 집에서 걸어서 10여분도 걸리지 않는 거리(8백m)로 딸을 기다리던 어머니 이남순(42)씨는 오후 9시가 넘어서도 딸이 귀가하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嚴양의 실종 장소로 추정되는 통학로와 인근 야산에서 수색작업을 벌이면서도 금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가 없는 점을 들어 납치보다 단순가출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를 벌여 왔다.

그러나 경찰은 실종 23일째인 지난해 11월 28일 집에서 8~9㎞가량 떨어진 의정부시 낙양동 쓰레기 더미에서 嚴양의 휴대전화와 책가방 등이 발견되자 뒤늦게 납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에 나섰다.

양영유.엄태민 기자
사진=김태성 기자<tskim@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