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권 말에 밀어붙인 TV 중간광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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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방송위원회가 끝내 일을 저질렀다. 어제 전체회의를 열어 지상파 TV의 중간광고를 확대 허용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스포츠 중계 등에서 극히 제한적으로 시행되던 중간광고가 이제 프로그램을 가리지 않고 국민의 짜증을 부르게 됐다. 방송위원끼리도 격론을 벌이다 결국 표결로 밀어붙였다니 도대체 왜 이런 무리를 저지르는지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진행 중인 드라마의 흐름을 뚝 끊고 광고를 내보내는 제도를 굳이 정권 말에 강행하는 까닭이 무엇인가. 지상파 방송의 배를 불려 대선 국면에서의 보은(報恩)을 노린다는 해석이 안 나오는 게 이상하다. 친여(親與)로 분류되는 인사가 다수를 차지하는 방송위의 본색이 여실히 드러났다.

과거에도 제기됐던 중간광고 도입 주장이 그때마다 무산된 것은 무엇보다 시청자의 주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기 때문이다. TV 광고는 채널을 돌리지 않는 이상 보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앞으로 방송사들은 시청자의 눈길을 잡아두기 위해 한층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프로그램으로 화면을 채울 게 뻔하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재원과 줄어든 광고료 수입을 들어 중간광고를 요구하지만 본말이 바뀐 욕심이다. 먼저 경영합리화가 앞서야 한다. KBS의 경우 중간광고와 함께 수신료 인상도 추진하고 있는데, 방만한 경영과 불공정 시비는 나 몰라라 하면서 기업이든 국민 호주머니든 보이는 대로 털어먹겠다는 심보 아닌가.

방송위는 공공재인 전파를 광고로 조각내는 기형적인 시청 환경이 시청자, 특히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 등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방송광고 정책 전반과 미디어 산업 균형 발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는 학계·시민단체의 요구도 묵살했다. 방송위는 지금이라도 중간광고 확대 결정을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