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오늘만이라도 정신차려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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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국회가 9일 다룰 안건들은 매우 중요하다.

우선 본회의에서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두번이나 물리력에 의해 동의안 처리가 좌절된 우리 국회는 이미 동의안을 통과시킨 칠레 상원과 크게 대비되고 있다. 그리고 그 피해는 한국 기업들이 보고 있는 실정이다. 비준 불발로 칠레 시장에서 한국산 자동차와 휴대전화 등 가전제품의 점유율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는데 일부 농촌 출신 의원들은 아직도 '결사저지'를 고집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더구나 중남미 시장에까지 영향이 미쳐 일본과 멕시코 간의 FTA가 타결될 경우 1억~2억달러의 수출 차질이 우려된다고 한다. 그런 만큼 각 당은 국익의 관점에서 의원들을 설득하고, 몸으로 회의진행을 막는 구태를 보이는 의원들은 공천에 불이익을 주는 등 강력한 제재를 할 필요가 있다.

국방위에 계류 중인 이라크 파병안도 조속히 결론내야 한다. 이미 노무현 대통령과 여야 4당 대표가 청와대 회동에서 파병에 사실상 합의한 지 한달이 지났다. 이런 시점에 파병안 처리가 무산되거나 다음 국회로 넘겨질 경우 우리는 냉엄한 국제 현실에서 국익을 확보하면서 위상을 높일 기회를 잃게 된다. 마침 각 당이 본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룬다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으니 9일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를 기대한다.

국회 정치개혁 특위의 활동 시한도 9일로 만료된다. 현재 상황으로 보면 이때까지 완전한 합의가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래서 각 당의 공천 작업에 혼선이 생기는 것은 물론 각종 선거 관리업무에서도 어려움이 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절충을 마무리해야 한다.

사실 정치권이 일을 제대로 했으면 이번 국회는 열릴 필요가 없었다. 하고한 날을 정쟁과 부정.비리 시비로 지새우다가 이제서야 허겁지겁 현안 처리에 나선 국회를 보는 국민의 마음은 편치 않다. 정치권은 9일 본회의가 그동안의 잘못을 조금이라도 만회하고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임을 깨달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