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사정 사회협약 이행에 주력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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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노사정위원회가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에 합의한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노동계는 2년 동안 임금 인상 억제에 적극 협조하기로 했고, 경영계는 당분간 인위적 고용조정을 억제하고 투자를 늘려 일자리를 많이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정부는 일자리 만들기를 돕기 위해 경제 규제 철폐와 세제.제도적 지원에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선언적 수준이지만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실업난을 해소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며, 낭보(朗報)가 아닐 수 없다.

물론 이번 사회협약의 형식과 내용에는 허술한 점이 적지 않다. 우선 민주노총이 참여하지 않았고 경총의 경영계 대표성도 논란의 소지가 있어 과연 일선 사업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다. 내용도 구체성이 떨어진다. 그러나 사사건건 대립해온 노사가 위기의식을 갖고 모처럼 한목소리를 낸 것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이다. 노사관계와 고용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항구적 시스템 마련의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노사정은 이제부터 합의내용이 산업현장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도록 허심탄회하게 대화하고 다각적인 실천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당장 정부가 이달 중 내놓기로 한 일자리 창출 종합대책부터 실질적인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기업환경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규제의 철폐 등 종합적 처방이 포함돼야 일자리 창출의 실효를 기대할 수 있다. 아르바이트 수준의 일자리로 실업률 수치만 낮추려 한다면 총선을 앞둔 쇼라는 비난을 면치 못할 것이다.

노사 상급단체도 고통 분담을 각오하고 각기 단위노조와 개별기업을 상대로 그 불가피성을 설득해야 한다. 이번에 빠진 민주노총도 후속협약을 마련하는 자리엔 동참하길 기대한다. 그것이 국가적 위기상황에서 책임을 다하는 최상급 노동단체의 성숙한 자세라고 본다.

노사정 사회협약이 제대로 이행되기까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여기서 각자가 작은 이익에 매몰돼 일방적 주장을 한다면 취약한 합의 기반은 일거에 무너질 수 있다. 노사정 세 주체가 양보하고 결단해줄 것을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