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여입학제 거듭 주장하며-초일류향한 최선 대비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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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우리는 오늘날 총성이 울리는 전쟁보다 더 무서운 경쟁의 시대에 살고 있다.흔히 전쟁에 비유되는 이 경쟁은 한마디로 말해 無限戰爭이다.경제의 전쟁,과학의 전쟁,학문의 전쟁이다.즉 문화총체적 전쟁이다.어느 한 분야에 걸친 전쟁이 아 니다.
세계 초일류만 살아남을수 있는 전쟁이다.이 전쟁의 기초는 교육과 연구를 통해 창출되어야 한다.그러므로 이 기초의 창출은 대학의 책임이다.
그러면 오늘의 한국 대학이 이 책임을 다할수 있는가.유감스럽게도 전혀 그렇지 못하다.지금 우리나라 대학은 기회와 도전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고 있다.철학이 없는 대학은 방향타 없이 大海를 항해하는 배에 비유될수 있다.
언필칭 21세기 를 운위하지만 한국의 21세기를 학문과 교육을 통해 준비해야 할 막중한 책임이 있는 우리 대학은 중병에 걸려 있다.결코 이대로는 안된다.과감한 개혁과 자기 혁신이 있어야 한다.
대학의 현실은 어떠한가.3대 위기로 집약할 수 있다.첫째 정신적 위기다.대학이 죽어 있다.도덕적.정신적 기초가 없다.둘째학문적 위기다.학문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다.더욱 우려되는 것은 학문에 대한 열정이 없다.셋째 재정적 위기다 .대학 재정이말이 아니다.연구와 교육의 물질적 기초가 없다.
이 세가지 기초가 없는 대학은 사실 대학이라 할수 없다.나라의 미래를 만들어 내는 심장인 대학이 껍데기밖에 없는 셈이다.
百年大計는 어디에도 없고 오늘을 관리하지 못하고 있으니 내일에대한 준비야 더욱 말할 형편이 못된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주저앉을수 없다.반드시 맡은 책임을 다해내야 한다.이러한 절박한 충정에서 「기여입학제」의 실시를 거듭제창한다.그러면 이 제도의 의의는 무엇이며,어떻게 시행 할 것인가. 첫째 기여입학의 조건을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대상 학생이 해당 대학에서 성공적으로 학업을 수행할 능력이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둘째 제한된 범위의 수를 정원외로 입학시킨다.이렇게 함으로써정원내의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미치지 않도록 한다.그러므로 이 제도는 추가적으로 교육기회를 확대하는 기능을 할 수 있다.
셋째 이 제도로 마련되는 재원은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위해 사용한다.대학의 연구기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지 않고는 나라의미래가 없다.대학을 살릴 길도 없다.우리는 지금 무엇보다도 세계 초일류를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우리나라 대 학이 세계 일류대학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각 대학이 등록금 이외에 매년 필요한 재원은 수백억원,수천억원이다.이 재원의 조달은 사회헌금이나국고 지원만으로는 마련될수 없다.
넷째 이 재원은 모든 한국의 가난한 학생들에게 완전한 장학금을 지급하는데 사용되어야 한다.학생이 공부할 지적 능력과 의욕을 갖고 있으면 부모가 가난한 가정의 출신이라도 대학에 진학하여 공부할수 있어야 한다.이것으로 참된 의미의 교 육 민주화,대학 교육기회의 보편화.대중화를 실천하게 된다.이 일은 현재 사회도 국가도 할 수 없다.대학도 할 수 없다.그러나 결코 방치해서는 안되는 일이다.가난하여도 대학에 다닐수 있는 대한민국을 실현시킨다면 우리의 미래는 그만큼 밝을 것이다.여기에 진정한 의미의 정의실현이 이루어진다.
다섯째 기금의 관리를 공정하게 하여 대학의 도덕적 권위가 훼손되는 일이 없도록 충분한 조치를 취한다.특히 이 제도를 도입하는 각 대학은 대학의 명예와 권위를 가지고 책임있는 관리와 운영을 보장해야 한다.
이 제도는 물론 만병통치약이 아니다.그러나 결코 부도덕한 제도가 아니다.지금으로서는 우리 대학의 중병을 치유하고 본연의 기능을 살리기 위해 이 제도 말고는 어떠한 다른 제도도 없다.
이 점을 국민과 사회 전체에 호소한다.그리고 정부 에 이 제도의 도입을 허용할 것을 요청한다.
민족의 앞을 내다보는 거시적 시각에서 이 제도의 실시 결정을내려야 할 것이다.기회는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지금이 바로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다.더 이상 뒤로 미룰 수 없는 일이다. ……………………………… ◇필자약력▲外國語大 독어과 졸업▲독일 뮌헨大 문학박사▲독일 뮌헨大.본大 객원교수▲西江大 교수.교무처장▲전국대학교무처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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