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加 CBC방송 이선경기자 북한 취재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金日成사후 서방기자로서는 드물게 8월9일부터 3주간 북한을 방문했던 캐나다 CBC방송국의 이선경기자(27.여)는 일부 북한 젊은이들이 金에 대한 애도의 뜻으로 결혼식을 3년정도 미루겠다고 할만큼 아직까지 조문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 하고 있다고전했다.李기자는 또 金正日의 후계자승계는 이상이 없어 보였으나북한 TV.라디오등에 金正日의 근황이 소개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밝혔다.다음은 李기자의 북한 취재기.
[편집자註] 8월 9일,北京공항을 이륙한 朝鮮民航機는 2시간이 채 못돼 平壤 순안 비행장에 안착했다.도시는 정돈되고 깨끗했다.평양근교의 봉화리영빈관에 여장을 풀고 안내원 3명과 함께시작된 일정중 처음 3일은 방문자의 뜻과 관계없이 주체탑등 평양 시내 각종 기념물등만 구경하는 것으로 보냈다.여러가지 인터뷰나 방문등을 희망했지만 안내원은 일정을 짜고 있는 중이라고만얼버무렸다.
숙소는 숲속에 그림처럼 자리한 4층 저택으로 1층엔 거실.식당등이 있고 나머지 층들은 침실.서재등이 구비돼 있었다.전력 부족 소문과는 별개인듯 에어컨이 항상 틀어져 있었고 냉장고를 비롯한 각종 집기류도 손색이 없었다.
12일부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만경대 金日成생가로부터 만수대.평양산원.김일성대학.김정숙 탁아소등으로 이어지는 도식적인 방문코스였다.
북한사람들을 만나면서 강렬하게 느낀 점은 金日成에 대한 숭배가 상상 이상이라는 점이었다.어디를 가 누구를 만나든 그들은 金日成 얘기를 하며 울음을 터뜨렸다.그것은 결코 가식이 아니라는 확신이 갔다.
의류공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근로자는 결혼을 언제쯤 할 예정이냐는 물음에『喪中에 무슨 결혼이냐』며『결혼을(상이 끝나는)3년뒤쯤으로 미루겠다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金日成 사후 초미의 관심사인 金正日의 권력승계 여부는「현장」에 있었으면서도 확인이 어려웠다.그러나 아무도 金正日의 권력승계를 의심치 않았으며 내부 권력 투쟁따위는 아예 상상조차하기 어렵다는 반응들이었다.한 가지 의아한 것은 신문. 방송들에 金正日의 동정이 거의 보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다.물론 TV뉴스등에 그에 대한 뉴스가 나오긴 하지만 화면은 金日成과 함께 나오는 장면이나 오래 전 모습들만 보여줄 뿐 뉴스 당일의 모습을담은 장면은 없었다.북한 사람들은 권 력 승계의 문제를 물을 때마다『상중이라서 그런 것을 얘기할 때가 아니다』면서도『조만간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누구나 金日成 배지를 달고 있을 만큼 그를 절대시하는 분위기가 여전한 반면 金正日에 대한 태도는 어딘가 차이를 느끼게 했다.북한사람들은 金正日을『경애하는 지도자』라고 표현하지만 그 어감은 마치 서양사람들의『생큐』와『익스큐즈미』처럼 습관적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통제된 일정 가운데 간간이 접했던 일반 북한주민들로부터 받은인상은 그들이 폐쇄적이지만 순박하다는 점이었다.여자들은 흰 블라우스에 무릎까지 덮는 검은 치마 차림이 많았지만 궁핍하거나 쪼들린 모습은 아니었다.내가 만난 어린이들도 비 교적 토실토실했다.평양시가에 군인들이 많아 보인 점외에 긴장감은 느껴지지 않았다.주민들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만나기만 하면 어김없이 통일 문제를 꺼냈다.통일을 막고있는「주범」이 미국이라고 얘기했다.그들은 95년께 통일이 될 것이라는 金日成 생전의 발언을 굳게 믿는 듯 했다.
[토론토=金容日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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