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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차원 진화한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사명과 영혼의 경계》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엄마와 딸 사이의 빙의를 소재로 한 히로스에 료코 주연의 〈비밀〉이라는 영화의 동명원작과 나오키상 수상작 《용의자 X의 헌신》 등 다수의 작품으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번에는 의학 스릴러 《사명과 영혼의 경계》이다.
데뷔 이후 언제나 완성도 높은 작품을 발표해온 그는 《사명과 영혼의 경계》에서 그동안의 미스터리에 의학이라는 분야를 새롭게 접목함으로써 더욱 진보한 그만의 스타일을 선보인다.

《사명과 영혼의 경계》는 이른바 사회파 추리소설이다. 종래의 추리소설이 트릭을 앞세워 탐정놀이의 미로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여 등장한 것이 사회파 추리소설인데 범죄의 사회적 동기와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면서 리얼리즘을 담는 것이 특징이다.

주인공 유키는 어린 나이에 갑자기 닥친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게다가 집안일밖에 모르는 줄 알았던 엄마가 아버지의 수술을 맡았던 의사 니시조노와 가까운 사이로 보이면서 아버지의 죽음까지 의혹에 싸이게 된다. 중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그녀는 의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아버지 같은 사람들을 치료하기 위해, 그리고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의사가 되려는 동기가 마냥 순수해 보이지는 않는다.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가 되어 연수과정을 밟고 있는 유키의 병원에 어느날 협박편지가 날아든다. 협박을 한 자는 평범한 회사의 엔지니어이다. 그는 유키가 근무하는 병원에 입원한 거물급 환자에 대한 의료정보를 알아내고자 병원 간호사와 사귄다. 그리고 계획대로 병원을 위기로 몰아간다.

경찰의 끈질긴 추적에도 불구하고 범인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모든 일을 진행해나가고, 사건은 마지막 결전의 수술을 향해 달려간다. 수술과 관련된 인물들이 마음속에 담아둔 진실들이 밝혀지면서 종결되는 순간, 독자들은 이 소설의 결말이 좀 묘하다는 생각이 들 수 있다.

작가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독자와 게임을 벌이지 않는 대신 범인을 일찌감치 드러낸다. 하지만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사건의 동기가 무엇인지, 그들이 가진 사연이 무엇인지, 왜 이런 일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지를 서서히 밝혀가며 도저히 책 읽기를 멈출 수 없게 만든다.

의료사고를 둘러싼 피해자와 가해자, 그들이 뒤섞이면서 당사자 간의 심리가 낱낱이 파헤쳐지는 과정에서 부조리한 사회구조가 드러나고, 이를 해결할 각자의 ‘사명’을 작가는 우리에게 묻는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데뷔 때부터 완성도 높은 작품만을 발표해온 작가로 명성이 높다. 그는 이번 작품 《사명과 영혼의 경계》로 현실적인 인물과 사회적 메시지를 다루며 또다시 충격을 주고 있다. 그의 팬이라면 결코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 도서 : 사명과 영혼의 경계
*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오근영 옮김
* 출판사/정가 : 대교베텔스만 / 9,500원

조인스닷컴(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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