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자랑 말고 돈 쓰는 자랑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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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30일 44회 저축의 날을 맞아 저축유공자로 선정돼 최고상인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은 장충석(86·경남 진주시 이현동·사진)씨는 “돈 버는 자랑하지 말고 돈 쓰는 자랑을 해야 한다는 게 평소 신념”이라고 말했다.

<관계기사 e1면>

‘저축왕’이 일갈하는 신념론치고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가 알뜰히 모은 돈을 어떻게 썼는지를 보면 금방 이해가 간다.

 장씨는 1991년 ‘추담연구장학재단’을 설립해 지금까지 5억원의 기금을 출연했고, 이 재단을 통해 교수와 학생 등 380여명에게 3억7000만원을 지원해왔다.

장씨는 “이런 좋을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저축을 생활화한 덕분”이라고 말했다.
 1961년 세무사 자격증 제도가 도입될 당시 첫 시험을 통과한 ‘1호 세무사’인 장씨의 저축 비결은 누구나 다 알고 있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근검절약’이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세무사 사무소에 7~8명의 직원을 둘 만큼 여유가 있지만 장씨는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단 한 번도 자신의 차를 구입하지 않았다. 대신 집에서 사무실까지 왕복 8km 거리를 매일같이 걸어서 출퇴근 한다. 그 결과 400여 개가 넘는 통장을 관리하고 있지만 장씨는 점심 한끼 값은 3000원을 넘지 않는다. 장씨는 자신의 재산과 저축액 규모가 얼마인지 밝히기를 사양했다.

 장씨가 들려주는 재테크 비결. “35년간 한 금융회사하고만 거래했지요. 그래야 신용도도 쌓이고 VIP 대접도 받을 수 있죠.”

 근검절약으로 두툼해진 지갑, 후한 마음씨로 장씨는 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국제라이온스 진주클럽의 창단 멤버로 42년간 봉사활동을 전개해 왔고 소년·소녀 가장에 대한 생활자금 지원, 노인대학 무료 강의와 봉사를 지금도 빼먹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공로로 2002년엔 대통령 표창을 받기도 했다. 또 사후에 장기와 시신을 지역 대학에 기증하기로 약속했다.

 세태가 많이 달라져 저축보다는 소비를 장려하는 사회 분위기가 장씨에겐 불만이다. 그는 “요즘 대학까지 자녀를 교육시키려면 돈도 많이 든다는데 국민 저축률이 떨어져서 걱정”이라며 “적게 벌더라도 아껴 쓰고 장래를 위해 저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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