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세 이상만 뽑아 직원 600명 회사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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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가와 요지 ‘마이스타 - 60’ 도쿄지점장. 뒤편에 걸린 대형 사진 속에 히라노 회장과 이 회사의 사원들이 파이팅을 외치는 모습이 보인다.

한국에선 '38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용어가 회자된 지 오래다. 38세가 되면 회사 눈치를 봐야 하고, 45세가 되면 정년퇴직이고, 56세까지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도둑'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일본에 가면 이런 말이 부끄럽다.

주식회사 '마이스타-60'. 정년 후에도 일하고 싶어하는 노인들을 위한 회사다. 60세가 넘어야 입사 자격이 주어진다. '연령은 단지 등 번호, 인생에 정년은 없다'는 게 이 회사의 슬로건이다.

도쿄 시내에 있는 일본 교통회관 건물 6층. 마이스타-60의 인재 정보센터 겸 도쿄 지사다. 사무실 입구부터 예사롭지 않다. 60~70대로 보이는 실버들이 주먹을 쥔 팔을 치켜든 대형 사진이 사무실 입구를 장식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약 20여 년 전, 설립자 히라노 시게오(平野茂夫.64)는 '경로의 날' 라디오 방송을 듣다 기분이 상했다. "샐러리맨은 회사를 그만두면 하찮은 사람이 된다"는 얘기였다. "정년을 맞이했다고 하찮은 사람으로 취급하다니, 말도 안 된다"는 게 그의 심정이었다.

그는 지바(千葉)현에서 태어나 고학으로 야간대학 전기학과를 졸업했고 31세 때 공장설비 관리회사를 차려 독립한 인물이었다.

‘마이스타 - 60’ 의 인재개발센터 마쓰이 가쓰아기(앞줄 왼쪽에서 셋째) 부장이 직원들과 함께한 모습. 이 회사는 전 사원이 입사 때 일단 부장 직함을 받는다.

1990년 히라노는 60세 이상 사원 20명을 모아 빌딩과 공장설비 관리를 전담하는 회사를 설립했다.

"월급을 안 받아도 좋으니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이 우리 마이스타에는 많습니다. 부인들로부터 돈을 가져오지 않아도 좋으니 무슨 일이라도 하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니다. 가족에게든 본인에게든 정년은 인생의 전환점으로 다가오는 것입니다." 히라노 사장의 말이다. 마이스타는 돈벌이가 아니라 고용 창출이 목적이다. 그래서 수입이 덜 돼도 적극적으로 사원을 늘리고 있다. 고령화 사회에서 일종의 '실험기업'인 셈이다.

20명으로 시작한 마이스타-60의 직원은 이제 600명이 됐다. 주로 수도권과 오사카(大阪) 일대 공장과 기업에 대해 설비설계 기술자문을 한다. 경영관리나 법무 업무 서비스도 제공한다. 전체 사원의 평균 연령은 64.5세다. 지난해부터는 부녀사원을 영입하기 시작해 57세 사원도 있다. 연령별 구성은 60~64세가 49%, 65세 이상이 34%, 60세 미만이 17%다.

이 회사의 도쿄지점장 오이가와 요지(及川洋二.65)는 "마이스타-60을 설립했을 때 주위에서 '노인들로 구성된 작은 회사가 그리 오래 가겠느냐'는 투의 냉소가 많았다"며 "그러나 그 후 17년 동안 예상을 뛰어넘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공비결은 뭘까. 노소(老少) 간의 적절한 조화가 핵심이다. 경험과 패기를 결합하는 것이다.

"우린 10명의 인력이 필요한 용역을 맡으면 경험이 많은 마이스타 직원 3명과 자회사에서 지원받는 젊은 기술자 7명을 함께 현장에 파견합니다. 젊은이의 경험 부족을 노인이 적절히 보완해서 좋은 결과를 얻는 겁니다."

인재개발센터의 마쓰이 가쓰아기(松井克明.63) 부장의 말이다.

예를 들어 어떤 공장에서 보일러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현장에 파견된 나이 많은 전문가들은 불꽃만 보고도 보일러의 연소 온도나 배기가스 농도 등을 금방 알아낸다는 것이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만 듣고도 어디에 이상이 생겼는지를 알아내 젊은 기술자들에게 작업 지시를 내리기도 한다.

마이스타-60은 2002년 도쿄증시에 상장했다. 이 회사의 주식 시가총액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는 중년과 고령 여성들에게도 문호를 개방해 '우먼 사업부'를 신설했다. 이시이 사토시(石井智) 인재관리부장은 "앞으로 1000명까지 직원 수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재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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