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 ESTATE] 매물만 쌓이는 '나 홀로' 주상복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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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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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2004년 주상복합아파트 청약 열풍이 불 때 상업지역 내 자투리땅 등에 지은 한 동짜리 나 홀로 주상복합이 입주 이후 애물단지 신세가 됐다. 현재 시세가 비슷한 시기에 거의 같은 분양가에 나왔던 인근 일반아파트의 절반 수준인 곳이 있는가 하면, 일부 급매물은 분양가를 밑돌기도 한다. 분양 당시 수십 대 1이 넘었던 청약경쟁률이 무색할 정도다. 웃돈을 붙여 되팔 계획으로 이런 아파트를 산 투자자들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 아니다. 손해 보고 팔려고 해도 매수세가 뜸하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우디오빌프라임 주상복합(112가구) 109㎡형(33평형)의 경우 분양가(5억원)는 2003년 비슷한 시기에 분양됐던 인근 일반아파트 롯데캐슬클래식(990가구) 112㎡형(34평형)의 분양가 4억8652만원보다 오히려 비쌌지만 현 시세는 절반에도 못 미친다. 롯데캐슬 시세는 11억~13억원인 데 비해 디오빌은 5억4000만~5억7250만원이다. 서초동 롯데캐슬공인 관계자는 “자녀를 키우는 일반 가구는 나 홀로 주상복합을 외면하기 때문에 수요층이 엷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입주한 서울 강남구 역삼동 디오슈페리움 주상복합(60가구) 115㎡형(35평형)의 시세는 5억6900만~5억7400만원으로 분양가(5억7400만원)를 밑돈다. 서울 송파구 석촌동 신동아로잔뷰 주상복합(62가구) 165㎡형(50평형)도 마찬가지다. 2003년 분양 당시 최대 52 대 1의 청약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지만 현 시세는 7억8000만~8억3000만원으로 비로열층의 경우 분양가(7억7288만원) 수준이다. 금융비용과 세금 등을 감안하면 손해다.

이처럼 나 홀로 주상복합이 맥을 못 추고 있는 것은 단점이 많고 분양 당시 묻지마 투자가 많이 이뤄져 일반아파트에 비해 실수요자가 적기 때문이다. 나 홀로 주상복합의 경우 대부분 복잡한 상업지에 지어져 주거환경이 좋지 않다. 관리비도 전기·수도·가스요금 등을 제외한 평당 기본 관리비가 월 5000~7000원 선으로 일반아파트의 2배 수준이다. 통유리로 돼 있는 주상복합은 통풍이 안 돼 여름철 한밤에도 에어컨을 틀어야 하는 경우가 많아 여름에는 한 달 전기료만 50만원이 넘게 나오기도 한다. 일부 나 홀로 주상복합은 주차비를 따로 내기도 한다. 소규모 단지여서 각종 편의시설이 대단지에 비해 부족하다.

주상복합은 일반아파트와 달리 2004년 3월 말 전까지는 전매제한이 없어 청약열기가 뜨거웠다. 송파구 잠실동 대성부동산 최원호 사장은 “나 홀로 주상복합이라 해도 청약 당시에는 당첨권이 그 자리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됐다”고 말했다. 투자수요가 많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분양 이후 시장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1가구2주택 양도세 중과, 보유세 강화 등 다주택자를 겨냥한 정부의 부동산규제책이 잇따라 나오면서 집주인들이 나 홀로 주상복합을 서둘러 처분하려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강남구 역삼동 한결부동산 관계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팔겠다는 집주인이 많아 요즘 나 홀로 주상복합이 더 약세”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반아파트는 물론 오피스텔보다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실제 강남역 인근 디오슈페리움 주상복합의 경우 아파트는 분양가 수준을 맴돌고 있지만 같은 건물 내에 있는 오피스텔은 분양가 대비 10%가량 가격이 올랐다.

전망도 밝지 않다. 미래가치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실수요자들의 외면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건설산업전략연구소 김선덕 소장은 “나 홀로 주상복합의 경우 주택수요자들의 관심을 끌기는 어려워 가격 상승 가능성도 상대적으로 작은 편”이라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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