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 국세청 '6000만원 상납 의혹'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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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표 국세청장의 6000만원 수수 의혹을 둘러싸고 검찰과 국세청이 '기 싸움'을 넘어 '힘 겨루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검찰의 전 청장 소환을 앞두고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 지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이 26일 정례 브리핑에서 "(국세청과 검찰 사이에) 약간의 긴장관계가 있을 수 있지만 다툼으로는 확대 해석하지 말라"고 주문할 정도다.

양측의 신경전은 주말에도 계속됐다. 국세청은 28일 "전 청장이 곧 거취를 표명할 것이라는 일부 보도를 전혀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전 청장은 24일에도 "(검찰 수사가)무슨 거대한 시나리오같이 만들어져 가는 것 같다"고 반발했다. 26일에는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은 진술이) 왔다 갔다 하는 사람 아닌가. 그 사람 말은 믿고 내 말은 왜 안 믿나"라며 검찰 수사에 불만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전 청장은 이날 퇴근길에는 취재진에게 "너무 앞서가지 말아달라. (검찰과) 싸움 붙이지 마라"고 주문했다.

국세청은 지난 주말을 계기로 전 청장과 운명공동체로 연대하는 분위기가 뚜렷해지고 있다. 전 청장에 대한 사법처리는 개인적 문제를 넘어 국세청 조직 자체가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국세청 고위 간부들은 전 청장의 퇴진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청장이 사퇴하고 그 책임을 물어 외부인사가 국세청장에 앉을 경우 그동안 자리잡아온 내부승진 관행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국세청은 27일 이병대(55)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정 전 부산청장 측과 접촉해 '뇌물을 상납했다는 진술을 번복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를 즉각 반박했다. 국세청은 "정 전 부산청장 측과 접촉을 시도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전 청장을 향한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부산지검은 이르면 수요일쯤 전 청장을 소환조사한 뒤 수뢰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지검 정동민 2차장검사는 "수사는 생물이기 때문에 시기를 못박을 수 없지만 (국세청장) 거취에 구애받지 않고 원칙대로 수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 수사에 불만을 표시한 전 청장의 발언에도 "여기는 수사기관이지 대하극 만드는 방송사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부산지검 특수부는 또 전 청장 본인과 가족의 10여 개 계좌에 대해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자금흐름을 추적하고 있다고 28일 밝혔다. 검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추가로 '검은 돈'이 드러날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검찰이 사실상 전 청장의 사퇴를 전방위로 압박하는 형국이다.

검찰은 이미 정 전 부산청장이 현금 6000만원을 전 청장의 해외출장 때마다 1000만씩 세차례, 2000만원과 미화 1만 달러로 나눠 건넸다는 구체적인 진술과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뇌물 상납 진술 번복 요구에 대한 수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주말 수감 중인 정 전 부산청장과 서울의 부인까지 불러 이에 대한 진술을 받았다"고 전했다.

김창규.정효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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