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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식품 위조' 사건 빈발…팔다 남은 떡 재포장도

중앙일보

입력

식품 안전에 민감한 일본에서 '식품 위조' 사건이 빈발하고 있다. 전통 있는 지방 특산식품의 소비기한을 수 개월 늘려 표시하거나 표시된 고기의 종류를 바꿔서 팔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속축하고 있는 것이다.

오사카 인근 미에(三重)현의 특산 떡인 '아카후쿠 모찌(赤福)'를 생산하고 있는 아카후쿠사의 경우 냉동 보관하거나 팔다 남은 떡을 다시 포장해 제조일자를 위조한 사실이 지난주 발각됐다. 1707년에 창업해 떡 하나만을 300년 동안 팔아 온 유명 업체다. 이 회사는 처음엔 제조일자 위조 사실을 부인하다 뒤늦게 시인하며 "300년간의 긍지와 자존심을 무너뜨리게
돼 할 말이 없다"며 휴업에 들어갔다.

아키타(秋田)현의 특산품인 '히나이(比內) 닭고기'를 생산하는 히나이도리사는 최근 싸구려 '폐계(廢鷄: 더이상 알을 낳지 못하는 닭)'를 고급 '히나이 닭'인 것처럼 속여 훈제고기를 팔아 온 사실이 20일 드러났다. 이 회사의 후지와라 세이이치(藤原誠一)사장은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5년 정도 전부터 죄의식이 있긴 했지만 이미 이전부터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상품이라 도무지 (위조를) 그만 둘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올 8월에는 '하얀 연인'이라는 상표의 초콜릿을 생산하는 삿포로(札幌)의 이시야(石屋)제과가 반품돼 온 상품의 상미기한(일정 수준의 맛을 유지할 수 있는 기간)을 1개월 늘려 재출하한 사실이 드러났다. '하얀 연인'은 일본 전역에서 연간 2억 개가 팔리는 유명 초콜릿이다. 이 회사 사장은 당시 "반년이나 1년 정도는 품질이 변하지 않는다"며 적반하장격으로 정당성을 주장하다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또 나고야 특산 닭고기인 '나고야 고친'에 다른 지역 닭고기를 20% 정도 섞어 팔다 적발됐고, 돼지고기를 쇠고기로 속여 팔아 오던 업체의 사장도 24일 구속됐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적발된 업체들의 공통점은 가족경영을 오래 계속해 와 자체적인 자정 시스템이 없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적발 업체가 늘고 있는 것은 일본 농림수산성이 '식품 110번'이라고 하는 식품 안전 관련 고발 전화를 설치한 뒤 올 6~9월에만 1241건의 고발이 들어오는 들 소비자와 식품회사 내부 종업원의 문제의식이 고조된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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