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이세돌 중국선 날고 한국선 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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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이세돌(사진) 9단이 주춤한 모습이다. 한때 승률 87%를 돌파해 국내 최고 기록인 이창호 9단의 88.24%에 근접해가던 이세돌 9단의 승률이 어느덧 81%로 미끌어졌다. 6월 말엔 86.7%(39승6패), 7월 말엔 87.2%(48승7패). 무적이란 수식어가 어울릴 만큼 이 무렵의 이세돌은 파죽지세였다. 꿈의 기록인 90% 돌파가 가능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그러나 8월 말의 집계에서 84%(55승10패)로 내려가더니 9월엔 83.3%(60승12패), 10월 25일 현재엔 81%(68승16패)까지 내려갔다. 전체 기사 중에서 아직은 큰 차이로 승률 1위를 유지하고는 있지만 자칫 80%대 승률마저 위협받고 있다.

10월의 전적만 따지면 8승4패, 승률이 66.7%다. 이 기간 중 천원전 결승진출을 놓쳤고(원성진 8단에게 4강전에서 패배) 22일엔 KBS바둑왕전 패자 준결승에서 최철한 9단에게 대마를 잡히며 지는 바람에 역시 결승 진출의 기회를 놓쳤다. 프로기사들은 승률 하락을 '피로 탓'으로 본다. 이세돌은 기본 대국 수가 많고 결승전 등 중요 대국도 월등히 많다. 중국리그도 참가하고 있어 중국 출장, 지방 출장이 잦아 피로가 누적될 수밖에 없는 스케줄이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있다 김성룡 9단은 "중국이 요즘 이세돌 9단 때문에 난리다. 중국리그에선 구리 9단과 쿵제 7단을 연파하며 팀이 1위로 올라섰고 창하오 9단 등 유명 기사들을 모조리 꺾고 있다. 연초보다 기세가 조금 꺾인 것은 사실이지만 큰 판은 지지 않는다. 요즘 국내에서 주춤한 것은 세계대회와 중국 쪽에 집중하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말한다. 중국리그서 이세돌 9단은 이기면 1만1000달러, 지면 한푼도 받지 않는 독특한 계약을 했다고 한다. 한데 리그 초반에 연패를 당하는 바람에 자존심이 상한 이 9단이 힘을 중국 쪽에 쏟고 있다는 해석이다.

이세돌은 연말까지 30판이나 더 두어야 하고 그것도 대개 결승전 등 중요 대국이다. 중국에서도 팀이 우승 문턱까지 가 있어 판 수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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