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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샌드위치 탈출 디자인이 열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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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디자인은 한국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을 탈출하는 열쇠가 될 겁니다.”

독일 디자인 컨설팅 회사인 레드닷의 페터 첵(51·사진) 사장은 디자인이 한국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플의 아이팟에서 볼 수 있듯 미래의 디자인은 첨단기술과 접목했을 때 위력을 발휘하는데, 한국이 두각을 나타낼 분야라는 설명이다.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그를 25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만났다. 첵 사장은 세계산업디자인단체협의회(ICSID) 회장을 지낸 국제 디자인계 거물이다.

-서양 주도의 디자인이 지배하고 있다. 아시아에도 기회가 있을까.

“지금은 수백 년 동안 서양이 구축해 놓은 디자인에 세계인의 취향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기술과 디자인이 함께 간다. 새로운 발명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질 것이다. 일본의 신칸센과 미국의 구글이 좋은 예다. IT시대가 왔으므로 아시아가 세계 디자인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기회다.”

-한국에 적절한 이미지는 무엇일까.

“한국적 특성은 전통 문양과 같은 고유 문화보다는 IT와 첨단 기술에 있다고 본다. 소위 한국적 아름다움은 독특한 경험을 주지만 세계적 디자인 트렌드로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산업 디자인에 대한 평가는.

“5~6년 전만 해도 한국은 세계 무대에 없었다. 지금은 레드닷에서 대상을 수상할 만큼 경쟁력이 있다.”

-디자인이 왜 중요한가.

“이제 기술은 어느 정도 비슷해졌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는 기준은 오로지 디자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산업이 포화 상태일수록 디자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좋은 디자인이란.

“첫째, 기능이 좋아야 한다. 기술이 우선이다. 둘째, 소비자를 매혹해야 한다. 셋째, 사용하기 편리해야 한다. 넷째, 사회적 책임까지 수반해야 한다. 예를 들어, 상대를 압도할 뿐 아니라 위협하는 모양새의 미군 장갑차는 책임감 없는 디자인이다.”

-창의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은.

“영어를 배워 지식과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젊은 세대가 안전한 직업에 안주하지 않고 도전정신을 갖도록 창업을 권장하는 사회가 돼야 한다. 대기업에서 20년간 일하면 창의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벌이 같은 꽃 주변에만 머물면 꿀이 나오지 않는 법이다. 창의성은 작은 조직에서 나온다.”

-디자인에서 매력적인 도시란 어떤 곳인가.

“사업 기회와 즐길 거리가 공존해야 한다. 런던·밀라노·바르셀로나가 좋은 예다. 산업과 문화가 함께 있는 서울시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 ”

박현영 기자

◆레드닷 디자인 상=미국 IDEA, 독일 iF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힌다. 1955년부터 시상했으며, 92년 페터 첵 사장이 ‘레드 닷’으로 이름 붙이면서 세계적 규모가 됐다. 매년 평균 50개국에서 6000여 작품이 출품된다. 미술전시회에서 작품이 팔리면 빨간색 동그라미 스티커를 붙이는 데서 착안해 ‘레드 닷’으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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