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시단 문학상 경쟁 가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미국시인아카데미가 내달 상금 10만달러의 새로운 시문학상을 제정,수상자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미국내 시문학상 상금 경쟁에 불을 붙이고 있다.
이른바 태닝상으로 명명될 이 새로운 시문학상은 그림『라 마르세예즈』로 잘 알려진 초현실주의화가 막스 에른스트의 미망인이자역시 유명한 화가인 도로시아 태닝여사(84)가 2백만달러의 기금을 내놓아 제정됐다.
이 태닝상은 기존 미국내 최대상금을 자랑하는 킹슬리 터프츠시문학상 상금 5만달러의 2배가 되는 것으로 미국시인들에게는 꿈의 시문학상이 되고있다.
기존 상금 2만5천달러의 루스 릴리시문학상 측은 최근 터프츠상이 등장하면서 상금을 7만5천달러로 3배나 대폭 인상했었다.
릴리상측은 이번 태닝상이 등장하자 다시 조만간 12만5천달러로 상금을 올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에는 이외에도 화이팅상(상금 3만달러),래넌상(상금 4만달러)과 10만달러 단위의 상금을 6명의 시인에 나누어 수여하는 맥아더상 등이 있다.
내달 29일 워싱턴의 의회도서관에서 거행될 미국시인아카데미 창립 60주년 기념행사를 겸하게 될 이번 태닝상 수상자 발표에는 빌 클린턴미국대통령 취임식에서 시를 발표한 미국계관시인 리타 도브가 행사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날 수상자발표행사에는 윌리엄 메레디스를 비롯,존 애시버리,애미 클램피트,리처드 윌버등 미국시인아카데미 회원 12명중 10명이 참석한다.
태닝상으로 시작된 상금경쟁을 두고 시인들 일각에서는 돈이 예술을 지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인들은 미국시인도 시만으로 생계가 어려운 마당에 고액상금이 붙은 상이 속속 나타나는 것은 환영할만한 것이고 나아가 더 많은 상이 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릴리상을 수상한 시인 도널드 홀(65)은 백혈병으로 몸져 누운 시인인 아내 제인 케년의 간병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93년도 릴리상 수상자인 찰스 라이트(58)는 상금으로 이탈리아를 여행하는 여유를 가졌으며 이 이탈리아 여행에서 다시 한권의 시집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미국시인들은 더 많은 고액 상금이 나타나면 홀이나 라이트 같은 시인들이 개인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로운 창작에 전념할 수있을 것이라며 태닝상 제정을 반기고 있다.
[워싱턴=陳昌昱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