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기 맞아 딸 母校에 장학금 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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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8 대구참사 1주기를 앞두고 비명에 딸을 잃었던 한 아버지가 딸의 모교에 장학금을 기증해 주위를 숙연케 하고 있다.

이달식(45.대구시 총무과)씨는 이 달 초 아무도 몰래 딸의 모교인 대구외국어고교를 찾았다.

이씨는 학교측에 "우리 딸의 별명인 '작은 시지프'를 넣어 장학금으로 써 달라"며 유족보상금으로 받은 돈 중에서 1억원을 맡겼다.

이씨의 딸 현진(19)양은 1년전 이맘때 서울대 사회과학대에 합격해 놓고 입학식에도 참석하지 못한 채 희생당해 더욱 안타깝게 했었다. 그러나 이씨는 당시 딸은 잃은 와중에서도 사고수습대책위에서 희생자 유족들과 부상자들을 위해 일하느라 슬퍼할 겨를도 갖지 못했다.

이씨는 "참사 1주기가 다가 오면서 또 한번 가슴이 내려 앉는 심정"이라며 "아버지가 후배들을 위해 좋은 일을 한 것을 알면 현진이도 기뻐할 것"이라고 눈물을 글썽였다.

'작은 시지프'는 현진양이 평소 봉사활동에 열심이어서 친구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현진양의 고3때 담임인 김돈호 교사는 "현진이가 남을 돕는 데 적극적이어서 친구들이 '인간을 위해 노력하는 신화속 인물'인 '시지프'로 불렀다"고 말했다.

현진양의 남동생 병탁군도 누나를 따라 대구외고(2학년)에 진학해 학생회장을 맡고 있다.

장학금을 전달받은 대구외고 노영옥 교감은 "'작은 시지프 이현진 장학회'를 만들어 매년 수석 졸업자와 수석 입학자에게 1백만원씩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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