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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가 좋다] 화곡 어머니테니스 클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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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화요일 한강 중지도에는 노란색 무리가 뜬다. 노란 유니폼의 '화곡 어머니 테니스 클럽' 회원들이다.

지난 3일 오전 10시. 테니스로 단련된 '몸짱' 아줌마들이 중지도의 한강산하 테니스 코트에 모였다. 평소에 동네 코트나 다른 클럽에서 꾸준히 훈련한 실력을 겨루는 날이다.

이들이 꾸려가는 화곡클럽은 여러 가지로 유명하다. 우선 한국 동호인 테니스협회가 발표하는 전국 여자 동호인 클럽 순위에서 3년째 1위를 했다. 그런 실력이 모였으니 네트 한참 위로 날아다니는 문볼(moon ball) 같은 건 찾아볼 수 없다.

"정식 선수라곤 해본 적이 없는 주부들이지만 테니스에 미치다 보니 이런 실력을 갖추게 됐어요."

국화부(전국대회 1회 이상 우승자 그룹) 전국 랭킹 4위인 송선순(47)부회장은 "건강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자신감이 우리의 자랑"이라고 소개했다.

화곡클럽은 30년이나 된 모임이다. 1975년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 살던 주부 7명이 동네 테니스장에서 만들었다. 재미있는 건 최고령 멤버인 고정민(71)씨를 비롯해 초창기 멤버가 지금까지 모두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재 회원은 55명. 창단 회원인 박영민(64)씨는 "짧은 치마에 허벅지를 내놓고 뛰어다닌다고 눈총도 많이 받았고, 땡볕에 얼굴이 타 속도 상했지만 지금은 모두 건강을 부러워한다"고 말했다.

이들의 또 다른 자랑은 결속력이다. 함께 뛰면서 다져졌다. 회원들 나이가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하지만 당연히 세대차이는 없다. 서로 "형님" "아우" 하며 가족처럼 지낸다.

지난해 가입한 배슬아(36)씨는 "형님들이 아이들 옷도 나눠 주고, 식사 때 커피도 끓여줘요. 친정 어머니처럼, 친언니처럼 푸근하지요. 젊은 회원들은 인생도 배운답니다"라고 말했다.

화곡클럽은 올해로 29회째인 '전국 화곡 어머니 테니스 대회'도 주최하고 있다. 매년 4월 셋째주 화.수요일 열린다. 동호인 대회의 여섯 레벨 중 가장 어려운 '수퍼-A'로 분류될 정도로 수준이 높다. 지난해에는 전국에서 6백50여명이 참가했다. 행사 때 회원들은 플레이어에서 식사 준비, 경기진행까지 1인3역을 한다.

이들의 일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회비와 대회 수익금 등을 모아 여자 주니어 유망주에게 연간 50만원씩 장학금을 준다. 주위의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베푸는 일에도 빠지지 않는다. 끼리끼리 뭉치기 쉬운 동호인 스포츠 모임으로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더 건강하다. 홈페이지 (http://whagokclub.netian.com)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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