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엔高와 한국경제 과제-日직접투자 적극 유치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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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최근 계속되고 있는 일본의 엔高는 우리의 수출과 투자유치면에서 앞으로 우리경제에 매우 중요한 도전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엔고로 인해 우리나라로부터의 부품.자재수입과투자 가능성에 대해 다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경제의 과제인 부품.소재등 기반산업 육성과 제품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물론 우리의 自助的인 기술개발 노력과 경영합리화,노사관계와 임금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그러나 국제적인 기술보호주의적 경향에 비추어 볼 때 기술이전 의 가장 유효한 수단이 되고 있는 선진국으로부터의 직접투자를 유치하는 것이 당면한 과제라 하겠다.
특히 수출에 필요한 부품.소재와 기계류등 中間材를 일본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엔고가 오히려 對日수입 가격을 상승시킴으로써 對日貿易 적자가 증가되는 두통거리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대일무역 적자개선의 차원에서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부품.소재및기계류등 제조업 분야에서의 일본기업의 투자가 그 어느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라고 본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우리정부가 작년 이래 외국기업의 투자유치를 촉진하기 위해 각종 규제완화와 금융제도 개선등 투자환경을 개선하고,투자유치단을 해외에 파견하는등 투자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있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한 일이라고 생각 한다.그러나이러한 우리정부와 기업의 여망과 기대에도 불구하고 현지서 느낀일본기업.경영인들의 우리의 투자.영업 환경에 대한 평가는 매우준엄한 것이며,특히 주목해야할 것은 한국에 대한 투자경험을 가진 기업인일수록 한국에 대한 투자 를 기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있는 것이다.
근년에 들어와 일본의 對韓投資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80년대 후반 이래 우리의 임금수준이 급격하게 상승함에 따라 低賃金을 활용한 기업경영의 채산성이 악화되고,고금리.고지가등 경제적 측면에서 투자메리트가 低下된데다 중국.동 남아등 일본기업으로서 볼때 유망한 투자 대상국이 다수 출현함으로써 상대적으로 우리나라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것이 기본적인 원인이라고 할수 있다.
그러나 우리대사관측이 접촉한 東京과 우리나라에 주재하고 있는일본의 상사및 기업인들이 밝힌 本心을 종합해 보면 일본기업이 對韓투자를 외면하고 있는 이유는 이러한 경제적 요소에 의한 면도 있지만 그보다는 우리기업의 상도덕상의 문제, 反日감정,노사분규의 만성화,거친 노동투쟁,언론의 편향적인 보도성향등 경제외적인 요소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수있게 된다.
***商道德준수등 필요 永野 日經連회장이나 羽倉 日韓경제협회회장등 일본기업인들과 일본 유수의 종합연구소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몇가지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보면,한국기업이 일본기업과기술도입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이 아직 남아 있는데도 불구하고도입기술 이 이미 일반화되었다는 이유로 로열티 지불을 거부한 사례(約束不履行)라든가,일본의 낚시용품 제조업자가 무역업 등록을 하고 釜山지역에서 영업을 개시하려고 하자 한국 낚시용품 업계가 집단시위를 하고 일장기를 펴놓고 이를 밟아댄 사례(배 타적이며 反日 감정적),韓日 합작기업을 운영하는 한국측 기업인이어느정도의 기술을 습득하면 일본파트너의 철수를 요구하는 사례등이다. 對韓투자에 대한 일본기업인들의 관심低下는 일본 貿易振興會가 93년7월 종합한 조사에서도 드러나고 있다.이 조사는 18개 주요업종별로 해외투자 매력이 있는 국가를 앙케트 조사를 통해 종합한 것으로서 모든 업종에서 중국이 1위였으며 한국의 경우는 5위이내에 드는 업종이 하나도 없었다.
또한 일본의 해외투자에서 차지하는 아시아 각국의 비중을 보면중국은 89년도 0.6%에 불과하였으나 93년도에는 4.7%까지 증가되었으며,홍콩은 2.8%에서 3.4%로,인도네시아는 0.9%에서 2.3%,말레이시아는 1.0%에서 2 .2%로 각각증가된 반면 우리나라는 0.9%에서 0.7%로 감소하고 있다.
기술발전을 통한 산업경쟁력 강화와 기반산업 육성을 위해 일본기업의 對韓투자 활성화가 필요한 우리로서는 우리나라의 투자.영업환경에 대한 이러한 일본기업인들의 솔직한 인식과 평가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일본기업인들이 다시 우리나라에 대한 투자메리트를발견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영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가는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우리는 이미 지난 86~88년소위 「3低시대」에 수출호조와 경기확대에 만족,기술개발과 경쟁력 向上을 소홀히 하고 부동산투자.임금인상.과소비에 몰두함으로써 어려움을 겪은 쓰라린 경험을갖고있다.다시는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도록 이번 엔高를 마지막기회로 생각하여 우리정부.기업.근로자 모두가 合心하여 기술개발경영합리화.노사관계 안정과 생산성향상을 위한 지혜로운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국경없는 無限 경제전쟁시대」라 일컬어지고있는 오늘날 국제경쟁 사회에서 살아남고 명실상부한 선진사회권에진입하기 위해 지금이야말로 우리 국민 모두가 국제화,노사관계의안정,의식의 선진화를 위해 굳은 결의와 각오를 갖고 겸허한 자세로 꾸준히 노력해야 할 때라고 본다.
〈요 점〉 ①일본 기업인의 對韓투자기피「本心」은 우리기업의 상도덕상의 문제.反日감정등 경제외적요소 때문이다.
②우리 정부.기업인은 일본기업인의 솔직한 對韓인식과 평가를 심각히 받아들여 이들이 영업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어야 한다. ③우리는 이번 엔高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생산성 향상을 위한 대책마련에 몰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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