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규 부총리가 본 '김정일의 식도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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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에서 깬 지 14일 된 비둘기 고기, 부르고뉴산 포도주, 포천 막걸리….

이달 초 남북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권오규 부총리가 가까이서 본 김정일(얼굴) 국방위원장의 식도락(食道樂)을 22일 자세히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과 월드뱅크 총회 참석차 워싱턴을 방문해 연 특파원 간담회에서다.

권 부총리는 "회담 기간 모두 여섯 끼를 평양에서 먹었는데 그중 두 가지 음식이 가장 기억난다"며 "생후 14일 된 비둘기 튀김과 들쭉 에스키모(아이스크림)"라고 밝혔다. 그는 "비둘기 튀김은 살은 물론 뼈와 발까지 한꺼번에 튀겨 나오며, 참새 튀김처럼 아주 작은 양"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알에서 나온 지 정확히 14일 된 비둘기가 가장 맛있어 이때 잡아 만든 것이다. 하루라도 지나면 맛이 떨어진다. 어서 들라'고 권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들쭉 아이스크림은 마지막 날 떠나기 직전 오찬 때 나왔는데 미국이나 이탈리아산도 따를 수 없을 만큼 향과 맛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얼마 전 방북했던 네슬레 회장이 이 아이스크림에 반해 '전 세계 판매권을 주면 한 해 2억 달러 매출은 거뜬할 것'이라고 졸랐으나 김 위원장은 거절했다고 하더라"고 그는 전했다. 권 부총리는 또 김 위원장이 주최한 만찬에 모두 아홉 병의 와인이 나왔는데 모두 부르고뉴산이었다고 기억했다. 김 위원장에게 그 이유를 묻자 "옛날엔 보르도산 와인을 많이 마셨는데 언젠가부터 부르고뉴산이 입에 맞아 바꾸게 됐다"고 답변했다고 권 부총리는 덧붙였다.

이 밖에 권 부총리는 "김 위원장은 식사 도중 '몽헌 선생'(고 정몽헌 현대아산 회장을 김 위원장은 이렇게 지칭)과 여러 차례 술을 마셨는데 한번은 몽헌 선생이 남측에서 시판되는 200여 브랜드의 막걸리를 몽땅 갖고 와 하나씩 마셔 봤다. 가장 맛난 것을 골라 보니 포천 막걸리더라'고 회고했다"고 전했다.

워싱턴=강찬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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