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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광일 박사의 생태 보고 캐나다 온대우림] 6. 야생연어와 양식연어(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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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야생연어와 양식연어 중 식용으로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야생연어가 거의 잡히지 않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 같은 질문은 무의미한 것일지 모른다. 오히려 가격과 신선도가 더 중요한 선택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에도 많은 연어가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환경과 건강을 위한 소비자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해 다른 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어 양식과정이나 그에 따른 영향을 잘 이해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인공부화장 건설에 의한 연어 자원 복구사업이 기대했던 결과를 가져오지 못하자 80년대에 강도가 한 단계 더 높은 자연자원 관리 기술인 연어양식이 시작됐다. 채란에서부터 성어로 성숙할 때까지의 전 과정이 인간에 의해 통제된 환경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양식되는 새끼연어는 방류하지 않고 18개월 정도 민물탱크에서 기른 다음 해안 가두리양식장으로 옮겨 바닷물에서 기른다. 이 기간 중 연어는 특별히 제조된 사료에 의해 급속히 생장하게 된다. 1~2년을 키우면 수산가공이나 수송, 또는 식당에서 요리할 때 취급하기 알맞은 크기와 무게(2~5kg)의 50달러짜리 생선으로 변한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BC)주 서해안의 1백20여 군데 양식장에서 양식되고 있는 연어의 80%가량은 아이로니컬하게도 대서양 연어다.

초창기 BC주 내 대부분의 양식장에서 태평양 연어를 길렀으나 거의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활동성이 강한 태평양 연어는 가두리 양식장 밖으로 튀어나갈 위험이 높고, 양식 도중 폐사될 때도 크게 자란 뒤 죽는 확률이 높았다. 반면 대서양 연어는 비교적 활동성이 낮고, 주로 어린 상태에서 폐사하기 때문에 양식 비용이 적게 들었다.

더 중요한 경제적 변수는 상품화할 수 있는 크기와 무게까지 자라는데 걸리는 시간과 비용이다. 대서양 연어는 훨씬 빨리 자라고, 투입되는 먹이에 비해 산출되는 고기의 비율이 태평양 연어보다 훨씬 높았다. 태평양 연어의 몸무게를 1㎏ 늘리려면 사료 2㎏을 투입해야 하지만, 대서양 연어는 1.5㎏만 먹여도 되기 때문이다.

현재 BC주에서는 야생연어 어획량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반면, 양식연어 생산량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 10년 사이에만 네배 이상 늘었다. 99년부터는 양식연어 생산량이 야생연어 어획량을 능가했으며 현재 양식연어 생산량은 야생연어 어획량의 세배가량 된다. 야생연어의 경우 어획기간이 연어가 회귀하는 계절로 한정되는 반면 양식연어는 마치 온실재배 채소처럼 연중 무휴 생산이 가능해 공급량이 급증한 것이다.

연어양식이 BC주 서해안에서 크게 확대되면서 여러 가지 환경분쟁이 일어났다. 우선 노르웨이나 스코틀랜드 같은 나라에서 가져온 대서양 연어를 태평양에서 기른다는 자체가 반생태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매년 태풍 등으로 양식장 시설이 파괴되면서 대서양 연어가 탈출해 BC주의 개울에 산란하는 것이 발견되거나, 야생 태평양 연어를 잡는 어부들의 그물에 잡히기도 한다.

둘째 문제는 대서양 연어에게 감염된 병균이 야생연어나 다른 어종으로 전염되어 양식장 주변의 해양생태계가 피해를 보는 위험이다. 실제로 최근 BC주 서해안에서 바다 이에 감염된 새끼연어 때문에 양식장을 폐쇄시키려는 원주민 단체들과 양식업자 간에 커다란 분쟁을 겪었다.

셋째는 좁은 공간에서 높은 밀도를 유지하며 양식되고 있는 연어들이 방출하는 엄청난 양의 오물로 양식장 주변이 오염되고 있다. 오물은 양식장 바로 밑 해저에 축적되면서 수질오염을 유발하고, 분해과정에서 유독가스가 방출돼 바닥살이 생물을 질식시킨다.

연어양식은 인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양식업자들이 사료와 함께 투입한 항생제의 상당부분은 바다로 유출돼 해저나 다른 해양동물의 체내에 축적된다. 일부 양식업자는 좀더 높은 가격을 받기 위해 연어의 살색을 짙은 붉은색으로 만들기 위해 색소를 먹이에 첨가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양식연어 체내에는 야생연어보다 10배가량 많은 암 유발물질이 축적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연어 양식에 따른 좀더 높은 차원의 환경문제는 연어먹이의 생산과정이다.

페루나 칠레 연안에서 잡히는 멸치.고등어.정어리 등이 연어의 사료를 만드는 데 주원료로 쓰인다. 한 연구에 따르면 연어 1t을 양식하기 위해선 1.5~2t의 사료가 필요하며, 2t의 연어사료를 만드는 데는 사료용 고기 4t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밴쿠버의 환경단체인 스즈키 재단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95년 BC주에서 3만2천t의 연어를 생산하기 위해 12만t가량의 정어리.멸치.고등어가 잡혀 사료로 가공되었다고 한다.

멸치.고등어 같은 어종은 인간의 식용으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어종이기 때문에 이를 가공해 비효율적인 연어생산에 쓴다는 것은 비경제적이다. 또한 선진국 소비자들의 고급스러운 입맛을 충족시키기 위해 가난한 나라에서 잡은 식용고기를 사료로 만든다는 것은 지구 곳곳에서 식량부족사태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비윤리적이라는 비난도 면치 못하고 있다.

또한 연어양식과 야생연어 어획에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을 비교해 보면, 겉으로는 경제적인 것 같은 연어양식이 사실은 환경에 훨씬 더 많은 부담을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즉 연어 먹이가 되는 물고기를 남미연안에서 잡아 사료로 가공해 BC주 해안까지 수천㎞를 장거리 수송한 뒤 이를 다시 각 양식장으로 운반하고 자동화된 장치를 이용해 사료를 투입하는 모든 과정에 막대한 화석 연료가 소모된다. 또 밤에도 불을 밝히며 24시간 운영하는 양식장의 전기 소모량 등을 모두 따지면 양식연어를 생산하는 데 따르는 에너지 비용이 야생연어를 잡는 데 드는 비용보다 훨씬 더 큰 것으로 나타난다.

박광일 박사.재 캐나다 환경교육 및 임업 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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