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문화사랑>갈수록 빨라지는 영화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영화는 철두철미 현대도시의 산물이다.출신.성장배경이나 그 과정에 있어 모두 그렇다.지가 베르토프의 『영화 카메라를 든 사나이』,프리츠랑의 『메트로폴리스』등 도시 그 자체를 주제로 삼은 걸작들이 일찍이 영화의 역사를 빛내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적지않다.철과 유리를 사용한 현대적 건축,전기조명,기차.자동차등 새로운 교통수단과 영화는 불가분의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이들은 다같이 현대 도시문명의 대표적 품목들로서 사람들의 지각방식에 근본적이고도 심대한 변화를 불러왔다는 점에서공통된다.
그 변화의 핵심인자는 속도다.속도에 의해 공간과 시간의 개념은 변화한다.그 양자는 서로 별개로 존재하는 범주로서가 아니라서로 침투하고 뒤섞이고 중첩되고 치환되는 것으로 체험된다.속도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기차.자동차 및 비행기 는 말할 것도없고 현대도시를 특징지우는 고층건물도 엘리베이터라는 고속의 수직적 이동수단이 없으면 존재할 수 없다.
영화의 매력 가운데 하나는 다양한 방식으로 「속도」를 체험케한다는 점이다.비스티 키튼이나 채플린등 초기 희극영화가 보여주는 경탄할만한 효과,그 즐거움의 핵심도 바로 여기에 기인한다 할 수 있다.영화가 사진과 달리 인물이나 물체의 움직임,따라서일정한 속도를 지닌 이미지들을 보여준다는 뜻에서만이 아니다.영화 전체(이미지.자막.음향및 쇼트와 장면의 전환.연결 등등)의흐름이 독특한 속도와 리듬.변화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비행기 그리고 엘리베이터만이 아니라 영화 역시 날이 갈수록 가속적으로 빨라지고 있다.많은 사람이 습관성 약물에 중독되듯 이 속도의 증가에 홀려 있다.느리고 진지한 리듬의 영화보다 무조건 빠르고 경쾌한 리듬의 영화를 점점 더 선호한다.몇초안에 승부를 내야 하는 텔레비전의 광고가 속도에서는 단연 영화를 압도한다.따라서 이제는 광고를 모방하는 영화들이 만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