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사라의Kiss A Book] 먹어도 살찌지 않는 '맛 있는 책' …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5면

케네디는 어릴 때부터 독서까지 하루 네 끼를 먹었다고 한다. 오곡백과 풍성한 천고마비의 계절, 식욕 돋우는 ‘맛있는 책’으로 아이들을 오동포동 살찌워 보면 어떨까. 식도락과 다이어트의 딜레마에 갈등하는 엄마들도 한껏 즐길 수 있는 고단백 저칼로리 식단을 짜 보자.

첫째 추천 레스토랑은 폴리 호바스의 와플가게 『빨간 그네를 탄 소녀』(대교출판). 책 사랑이 남다른 엄마라면, 라우라 에스키벨의 소설 『달콤 쌉싸름한 초콜릿』(민음사)이 떠오를 것이다. 두 작품 다 감각적인 문체와 흥미로운 전개에 독특한 요리 비법까지 버무려져 나오는 닮은꼴 형식이다.

‘빨간 그네’의 주인공 프림로즈는 엄마·아빠를 바다에 빼앗기고 고아가 된다. 결코 부모의 죽음을 인정하지 않는 엉뚱하고 조숙한 프림로즈는 예상치 못한 일들을 겪으며 인생의 한복판으로 용감하게 전진해 나간다. 프림로즈가 군침 도는 생크림을 잔뜩 얹은 달콤하고 맛난 와플의 참맛을 알아갈 때쯤엔 이 이야기를 어떻게 독창적으로 재해석하여 인생의 깊은 맛을 보여 줄 것인지, 엄마들도 주방장으로서 의욕이 불끈 솟아날 것이다.

제대로 먹기로 작정했다면 몸에 좋은 생선을 빼놓을 수 없다. 오늘의 특선으로 맛깔스러운 준치 요리를 추천한다. 가시가 많아 싫으시다면 국민시인 백석에게 해답을 구하면 된다. 『준치가시』(창비)는 준치의 인생 이력서이자 사연 많은 가시에 얽힌 고백서이다. 이렇게 재치 있고 정감 어린 해학으로 손질된 생선 구이에 어찌 손이 가지 않으랴. 저녁 식탁에 올릴 준치를 사러 가며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어 보자. 앞으로 아이는 생선가시 하나에도 다정다감한 상상력을 발동하게 될 것이다.

충분히 먹었으니 이제 차나 한 잔? 어림없는 말씀! 잉가 무어의 『여섯 번 저녁 먹는 시드』(좋은책어린이)를 만나기 전엔 겨우 애피타이저를 먹었을 뿐이다. 검정고양이 시드는 살금살금 이 집 저 집을 돌아다니며 야금야금 저녁을 여섯 번이나 얻어먹는다. 어수룩한 동네 사람들은 저마다 시드가 자기 고양이라고 믿는다. 시드는 이름도 여섯 개나 되는 데다 잠자리도 여섯 군데나 있다.

그만 감기에 걸린 시드. 여섯 주인의 손에 잡혀 동물병원을 여섯 번이나 가야 하는 고달픈 신세가 되고 마는데…. 이중생활이 들통 나 진퇴유곡에 빠진 시드는 이제부터 어떻게 맛난 저녁식사를 해결해야 할까?

대상 연령은 『준치가시』와 『여섯 번 저녁 먹는 시드』는 6세 이상, 『빨간 그네를 탄 소녀』는 12세 이상의 식욕 왕성한 어린이와 오늘도 일용할 양식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엄마들.

임사라 동화작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