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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역별로 짚어보는 칼럼] 성범죄자 전자팔찌 착용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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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미국·유럽도 성범죄자 팔찌 부착
캘리포니아선 약물로‘거세’까지

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 공개문. [중앙포토]

성범죄를 예방하거나 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안은 나라마다 다양하다. 우선 1983년 미국에서 최초로 도입한 전자팔찌제도가 있다. 미국은 97년 플로리다주에서 가석방된 성범죄자들을 상대로 이 제도를 처음 시행했으며 현재 25개 주에서 운영하고 있다.

 특히 플로리다주는 아동 성폭행범에게 최소 25년형의 징역형을 부과하고 석방된 후에도 평생 전자팔찌를 부착하게 한다. 프랑스도 특정 성범죄자 중 재범 위험성이 있을 때 이 장치로 최대 6년까지 위치를 추적한다. 영국·네덜란드·스페인·스위스·독일을 포함, 10여 개국도 단기형을 선고받은 일반 범죄자에게 부분 적용하고 있다.

 성범죄자의 신상을 등록하고 고지하는 제도도 운용되고 있다.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의무적으로 등록하게 하거나 주민에게 성범죄자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려주는 것이다. 미국 43개 주와 캐나다·노르웨이·호주 등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대표적인 아동 성범죄자 처벌법인 미국 뉴저지주 매건법은 성범죄자의 거주지를 반드시 신고하게 하고 그의 정보를 지역 인터넷 사이트에 게재하게 한다. 이 정보는 실시간으로 검색, 열람할 수 있다. 또 안내전화나 책자로 정보를 제공하게 하기도 한다.

 텍사스주는 해당 범죄자의 집과 차량에 ‘성범죄 전과자’ 팻말을 부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미시시피주는 아동 성폭행범의 얼굴을 도로변 게시판에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성범죄 억제 방안은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캘리포니아주는 성범죄자를 약물이나 수술로 거세하는 법률을 시행하고 있다. 콜로라도주에서는 성폭력 상습범에게 출소 직전에 ‘디포프로베라(Depo-Provera)’라는 거세 약물을 투여해 성범죄를 차단하고 있다. 독일·이탈리아·노르웨이 등에서도 거세 수술의 합법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위스는 아예 위험한 성범죄자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하는 종신구속제를 명문화해 그 어느 나라보다 강력하게 대처하고 있다. 이러한 다양한 제도는 성범죄의 재발을 막는 데 필요한 조치이긴 하지만 개인의 자유와 인격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신중하게 도입해야 한다.

 김상균 교수(백석대 경찰학)
 
☞생각 플러스: 다른 범죄보다 성범죄를 훨씬 가혹하게 처벌할 경우 생기는 부작용을 말해 보라.

<사회>정신병원서 치료하는 게 나을 수도
인권침해 가능성 … 도입 신중을

지난 4월 ‘특정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내년 10월 시행에 들어간다. 성폭력 예방과 피해자 보호 차원에서 전자팔찌가 도입되는 것이다.

이 법률에 따르면 2회 이상의 성범죄로 합계 3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고 5년 내에 다시 성범죄를 범하거나, 상습성이 인정되거나,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경우 5년간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다. 이 장치로 수신된 자료는 재판과 수사, 범죄자 지도 등에 활용된다.

 그러나 이 법이 성폭력 범죄 예방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다. 위치 자료를 획득하고 보관해봐야 사후에 활용할 수밖 없기 때문이다. 심리적 압박을 준다고 하지만 범죄 방지에 그다지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미국의 경우 전자팔찌는 교도소 대신 자택에 머물게 하는 일종의 대체 형벌로 경미한 범죄자에게 주로 적용한다. 사회적 비용의 절감, 범죄인의 사회 적응, 재범 방지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전자팔찌법’은 외국과 모양만 비슷할 뿐 재범 가능성을 판별할 기준조차 없다. 단순히 ‘피의자에 대한 정신감정, 그밖에 전문가의 진단 등의 결과를 참고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을 뿐이다. 그런데 전문가들은 상습 성폭력을 인격장애나 성격장애로 인한 범죄로 일종의 정신질환이라고 본다. 판검사보다 의사의 판단이 더 유효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전자팔찌로 구속하기보다는 정신병원에서 치료와 교육을 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문제는 성범죄자가 전자팔찌를 부수고 죄를 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위성항법장치를 활용하는 GPS 방식으로 위치를 추적하므로 지하에서는 작동하기 어렵고, 알루미늄 호일로 감싸면 아예 작동되지 않는 기술적 문제도 있다.

 따라서 전자팔찌법 시행에 관한 상세한 규정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수많은 사람의 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크다. 나아가 전자팔찌가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회생활에 지장을 주어 범죄자의 사회 적응을 방해할 수도 있다. 또 형 집행이 끝난 뒤 전자장치로 감시하는 것은 이중처벌에 해당돼 위헌 소지가 있다. 검증되지 않은 제도를 치밀한 준비 없이 도입해서는 안 된다.

 오호택 교수(한경대 법학)
 
☞생각 플러스: 전자팔찌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효과적인 성범죄 방지 대책을 제시하라.

<행정>아동·여성 보호 위해 꼭 시행해야

최근 어린이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영혼의 살인’이라고 일컫는 성폭력은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육체적·정신적 고통을 주고 평생 후유증을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 반사회적이고 반인륜적인 범죄다. 성범죄는 부실한 가정교육과 학교교육, 선정적인 대중매체, 곳곳에 즐비한 향락산업, 물질만능주의, 허술한 범죄 대책 등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성범죄의 책임은 국민 모두에게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성폭력 범죄자들의 최고 형량이 15년임에도 2~3년 안에 석방될 정도로 솜방망이식 처벌을 받는다는 점이다. 이런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국회와 정부는 상습적인 성폭력 범죄자에게 위치 추적이 가능한 전자장치, 즉 전자팔찌를 법률로 부착하게 했다.

 이 제도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아동과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그 이유는 우선 성범죄자에게 심리적 압박감을 주어 범죄예방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범죄자의 위치 파악을 통해 그들의 행동반경을 점검하면 성범죄가 발생할 위험이 있을 경우 신속하게 대처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 전자팔찌가 재범 방지에 효과가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전자팔찌제를 시행 중인 선진국의 경우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90%까지 범죄가 감소했다는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또 국가의 성범죄자 감시·통제가 일반인에게 심리적 안정감을 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대체로 성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성격장애의 성격이 강해 재범률이 매우 높다. 성범죄자들이 형기를 치르고 석방됐을 때 국가가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래서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 이렇게 범죄를 예방할 효율적 제도나 대책을 신중하게 모색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성범죄에 다분히 사회적 요소가 작용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들이 건전한 성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강화하고 퇴폐적 환경이 자리 잡지 못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송태호 교수(경기대 교정보호학)
 
☞생각 플러스: 건전한 성문화를 정착시키는 방안을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제시하라.

<법>‘선천적 범죄 요인’없애는 교육 필요

범죄는 왜 발생하는가. 계몽주의 영향을 받은 고전주의 범죄학은 개인의 자유의지를 먼저 꼽는다. 이탈리아 형법학자 베카리아(1738∼94)가 주장하는 것처럼 범죄를 저지르고 안 저지르고는 모두 개인의 의지에 달렸다는 것이다. 반면 ‘근대 범죄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탈리아 범죄학자 롬브로소(1835~1909)는 저서 『범죄인론』(1876)에서 ‘생래적 범죄인설’을 주장했다. 범죄인은 범죄 소질을 타고 난다는 것이다.

 『자살론』의 저자인 프랑스 사회학자 뒤르켐(1858~1917)의 시각은 또 다르다. 범죄의 원인이 개인의 이기적인 행위나 내재적 결함에 있기보다는 사회적 분업이 발달하면서 생기는 무규범상태(anomie) 등 사회적 환경과 구조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그의 분석은 오늘날 사회학적 범죄학의 기초가 됐다. 사회학적 범죄학은 범죄 발생의 원인을 하위문화·빈곤·실업 등 경제적·문화적 환경 요소에 있다고 주장한다.

 범죄 발생 원인에 대한 논란은 오늘날에도 여전하지만 대체로 선천적 기질과 출생 당시의 개인적 환경, 사회 전반의 경제적·문화적 관계에 있다고 본다. 따라서 개인의 특성을 고려해야 범죄 예방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즉 일반인에게는 형벌의 두려움을 환기하고 기질적 범인에게는 치료감호나 사회 격리 등 감시나 통제 같은 조치를 취해야 더욱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성범죄는 다른 범죄보다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통계가 있다. 이는 선천적 기질을 성범죄의 주된 원인으로 보는 근거가 된다. 이 때문에 성범죄자들의 재범 가능성을 확실히 통제하려면 그들의 신체적 자유를 박탈해 사회에서 완전 격리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재범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만으로 형벌을 부과할 수는 없으며 단순히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도 없다. 성범죄를 예방하려면 처벌에만 급급할 것이 아니라 범죄 원인인 기질적 요인을 제거·완화하는 치료와 교육을 병행하되 인권침해의 소지를 줄이는 방안을 찾는 고민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허일태(전 한국형사정책학회 회장)
 
☞생각 플러스: 인성(人性)을 결정하는 요소로 기질과 환경 가운데 무엇이 더 크게 작용하는지 설명해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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