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꼼실이 부부의 초보 요리방] 동태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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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추워라. 덜덜덜."

'어머? 웬 호들갑이야?'

모처럼 휴일에 자동차 정리를 하고 올라오라고 했더니만…. 들어오자마자 침대 속을 파고들며 난리를 피우는 꼼꼼이.

"알았어요. 알았어. 수고하셨습니다. 낭군니임-.<<." 슬쩍 박자를 맞춰주었더니 한술 더 뜬다.

"애개? 겨우 그 정도? 안 되지 안 돼." 고개까지 절레절레 흔든다.

'그렇다면… 대체.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슬슬 끓어오르는 마음은 '일단 정지!!'.

"그럼 어떻게 하면 되나요~오?"

"배가 고파서 더 추운가 봐. 얼큰하게 끓인 찌개가 먹고 싶당."

얼굴이 빨갛게 얼어서 들어온 수고를 감안하면 찌개 하나 준비하는 서비스 정도야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일.

"그럼, 어떤 찌개를 대령할까요? 응? 어차피 맛은 거기서 거기일 테지만….ㅋㅋㅋ."

"그렇다-며-어-언, 요즘 제철인 동태찌개 어때?"

이리저리 머리를 굴리는 척하더니 원래 먹고 싶었던 것이 틀림없는 동태찌개를 승부수로 내건다. 뻔한 잔머리가 우습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동태? 콜!! 별로 비싸지도 않고. 맛있겠다. 그지? 그지?? <<."

맞장구를 쳐주며 서둘러 두툼한 점퍼를 걸치고 동네 수퍼로 향했다. 커다란 장바구니에 동태 2마리랑 무.두부를 담은 뒤 소주도 한병 챙겼다. 나머지 공간은 심심풀이 과자로 완벽하게 메웠다. 속으론 '이래선 안돼.--;'를 외치면서도 장 보는 꼴이 매번 이 모양이다.

"앙실이 너 동태가 뭔지 알아?"

찌개 재료를 준비하는데 꼼꼼이가 식탁에 앉아 질문을 던진다.

그러곤 언 입이 풀렸는지 답도 하기 전에 동태에 관해 쫑알쫑알 주절주절 떠버리 강의가 이어졌다.

"동태의 본명은 명태랍니다. 대구과에 속하는데 우리나라는 동해안에서 많이 잡히는 겨울 생선입니다. 바다에서 막 건져낸 싱싱한 생물은 생태라고 하고, 얼려서 보관한 것은 동태라고 부릅니다. 다른 이름도 많습니다. 제사상에 오르는 북어는 명태를 말린 겁니다. 해장국에 쓰는 황태도 있고, 꾸들꾸들하게 말린 코다리란 이름도 있습니다. 노가리는 명태 새끼를 말린 겁니다."

무척 유창하게 줄줄 풀어낸다.

'우와, 내 낭군이 저렇게 뛰어난 학문적 지식까지 겸비???'

얼른 고개를 돌려보니 웬 걸. A4용지를 읽고 있는 게 아닌가. 동태랑 생태랑 맛은 같은데 이름이 다른 점이 궁금해 장보러 간 사이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뽑았단다.

"앙실이 너도 몰랐지?" 그러곤 계속 강의하는 것처럼 읽어준다.

"동태의 단백질은 완전 단백질로 성장과 생식에 필요한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합니다. 눈에 좋은 비타민A는 대구보다 세 배나 많습니다. 인체 각 부분의 세포를 발육시키는 데 필요한 나이아신과 고운 피부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레티놀도 넉넉하게 들어있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뛰어난 해독 기능이 남자들에게 특히 인기가 높은 이유입니다."

"역시 꼼꼼이야."

동태찌개 한번 끓이면서 꼼실이 부부가 동태박사로 승격된 기분이다.

손질해온 동태를 꺼내어 물에 한번 헹군 뒤 끓이기 시작했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자 얼큰한 냄새가 온 집안에 진동 했다. 찌개 끓는 시간에 맞춰 예약해둔 전기밥통의 알람소리도 울렸다. 각자의 밥을 푸고, 찌개를 냄비 채로 식탁에 올렸다. 물론 소주와 잔도 곁들였다.

"너무 맛있다. 정말이지 너무 맛있어요. 켁켁."

뜨거운 국물에 혼쭐이 나면서도 맛있다고 난리다. 벌써 오후 2시.

'당근 맛있겠지, 지금이 몇신데…. <<-.'

속으로 생각하며 쌩긋 미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많이 먹어요. 그리고………, 따당해-('사랑해'의 최지우 버전).


사진= 변선구 기자

▶재료(4인분)

동태 2마리, 무 반개, 애호박 반개, 두부 반모, 풋고추 3개, 홍고추 3개, 대파 1뿌리, 육수(다시마나 멸치로 낸 것) 5컵, 고추장 4큰술, 고춧가루 1큰술, 다진 마늘 2큰술, 다진 생강 1작은술, 소금 약간

▶만드는 법

①동태는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빼 적당한 크기로 토막을 낸다(손질한 상태로 사는 것이 좋다).

②무는 0.5cm 두께로 나박나박 썰고, 애호박은 반달 모양으로 도톰하게 썬다.

③풋고추.홍고추는 씨를 빼고 어슷하게 자른다. 대파도 어슷하게 썰어 준비하고, 두부는 적당한 크기로 네모나게 자른다. ④냄비에 무를 깔고 동태를 얹은 뒤 고추장을 풀어 한소끔 끓인 뒤 나머지 재료를 모두 넣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끓여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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