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투명성 성의가 마지노線-남북대화.經協 시점 저울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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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가 北-美 3단계 고위급회담 결과에도 불구하고 남북한간의대화제의나 經協등을 서두르지 않기로 방침을 세우면서 南北대화 재개와 핵-경협의 연계고리가 풀릴 시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신고 핵시설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 실시등으로 북한의 과거 핵투명성이 완전히 보장되는 시점이어야 하는 것인지,북한이 대화를 제의해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인지,또는 북한체제의 안정성여부를 지켜본 뒤 하겠다 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시장 쟁탈전」성격으로 파악하면서 북한진출을 서두르고 있는 기업들이 정부의 완강한 태도에 가장 답답해하고 있다.야당에서는『미국과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북한러시를 이뤄 북한의 정치분야 뿐 아니라 경제분야에서도 주 도권을 빼앗기고 있지 않느냐』며 정부의 태도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이런 지적에 대해 청와대의 입장은 단호하다.
金泳三대통령은 17일 클린턴 美國대통령과의 통화에서『북한의 과거 핵투명성이 완벽히 보장돼야 경수로 건설을 지원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한결같이『특별사찰문제등이 풀릴 때까지 핵과경협 연계고리를 풀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金대통령은 이번 제네바 北-美회담직후 경제부처나 통일원.외무부등에서 남북대화나 경제진출 대비 주장이 나오자 성급하다며 질책했다. 신문과 TV의 經協관련 보도에 대해서도 金대통령의 반응은 부정적이라는 후문이다.金대통령과 정부의 이런 태도 배경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숨어있다.북한이 우리를 배제하고 미국과의 협상만을 고집하고 있는데 대한 불쾌감과 함께 경수로 지원 의 주체가 될 한국정부를 소홀히 대접하는 미국에 대한「본때 보이기」측면도 없지 않다.이 기회에 새로 들어서는 북한지도부에 대한「길들이기」차원의 의미도 포함돼 있으며 북한체제가 어떻게 될지좀더 지켜보겠다는 생각도 있다.
金대통령 특유의 상황판단,즉 국내정치에서의 협상경험등의 연장선상에서 남북문제나 국제적 협상문제도『우위에 서서 협상을 해야조금이라도 더 유리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고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발언과 우리 사회 내부의 조문파동,主思派에 대한 단속,북한의 金대통령 비난 방송등의 상황을 종합해 보면 남북대화나 우리 기업의 對北韓진출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서도 金대통령은 16일 저녁 民自黨 초.재선의원들과의 만찬에서는 남북정상회담문제에 관해『저쪽에서 제의해 오면 할 수있는 것』이라고 긍정적 입장을 보였으며『아마도 북쪽에서 먼저 제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화나 경협을 하지 않겠다면서 정상회담은 하겠다는 것은 언뜻앞뒤가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이 얘기는 결국 북한이 먼저 정상회담을 제의해 올 때까지 남북대화나 정상회담을 제의하지 않고 기다리겠다는 의미다.
그렇게 본다면 정상회담이 이루어질 경우 이를 계기로 經協문제등이 풀릴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이와함께 정부 관계자들은『북한이 과거 핵투명성을 완전히 보장해야 경수로 지원문제와 경협문제가 풀릴 수 있다고 요구하는 것은 백기를 들라는 것으로 북한이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따라서 북한이 과거의 핵투명성을 보장하기 위한「성의」를 보이기 시작하는 단계,또는 정상회담을 제의하는 때가 되면 남북관계와 경협등의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韓昇洲외무장관은『경수로 지원문제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의 이행,대체에너지 제공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남북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따라서 北-美 3단계 2차회담이 진행되는 9월말께 남북대화의 가시화 수준도 드러날 전망이다.
〈金斗宇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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