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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내생각은…

해외연수 가서 탈춤 가르친 학생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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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경기도 안산의 어느 대학에서는 몇 년 전부터 학생 해외 연수를 지원하면서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대사의 사명을 주었다. 4년 전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노스리지로 연수 가는 학생들은 봉산 탈춤을 연습, 그 대학의 교수·직원과 주말에 방문한 동포 가족과 이웃들을 위해 봉산탈춤 워크숍을 열었다. 다음해에는 시각 디자인과 학생들이 아트센터 대학으로 전공 연수를 가면서 그 학교 교수·학생들과 한글 디자인 세미나를 열었다. 2년 전 뉴욕 라마마 극장으로 인턴십을 간 학생들은 제기·팽이를 갖고 가 한국의 놀이 문화에 대해 이야기했다. 우리 문화를 접한 외국인들은 많은 관심을 보였고, 학생들은 더욱 좋은 대접을 받았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우리 문화의 소중함을 느꼈고, 자신과 나라에 대한 자긍심으로 이어졌다.

 문화 교류는 전문가들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 문화를 알리는 활동은 약간의 창의력을 발휘하면 누구나 다양한 형태로 할 수 있다. 한국 음식 함께 만들어 먹기, 한글 가르쳐 주기, 옛날이야기 들려주기, 태권도 시범, 그림, 노래 등 각자 능력에 맞춰 하면 된다. 관심만 있으면 전문적 지식이 없어도 우리 문화 대사 역할을 할 수 있다.

 4년 전 봉산 탈춤 워크숍에 참여했던 동포는 그때 감명을 받아 그 학교에 매년 장학금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미국 교수·학생들이 4년 전의 탈춤 워크숍을 정식으로 배우고 싶다고 방문했고, 내년 겨울방학에는 미국 학생 20명을 한 달 동안 연수 보내겠다는 연락이 왔다. 모든 교류가 이런 결실을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연수 가는 모든 이가 문화 대사의 사명을 가지고 현지 외국인들의 마음에 좋은 한국 문화의 씨앗을 심어 놓고 온다면 언젠가는 풍성한 교류의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권세실 서울예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