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YE] 빠른 성장 좋은 성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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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호 21면

세계화가 세계 전체의 부(富)를 증대시킨다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많지 않아 보인다. 다만 이 과정에서 잘사는 나라와 못사는 나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에 빈부격차가 심화되는 문제를 놓고 세계화 찬반 세력 간에 열띤 논란이 그치지 않는다.

무역과 투자 확대로 성장이 촉진되고 소득이 올라가면 빈부격차는 차츰 좁혀질 것으로 세계화 옹호 세력은 내다본다. 비숙련 일거리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으로 넘어가면 개도국의 일자리와 소득도 덩달아 늘어난다. 그래서 국제통화기금(IMF)은 1980년대부터 경제를 성장시키려면 외국 자본과 기술 무역에 대한 장벽부터 낮추라고 개도국 회원국들에 종용하며 세계화의 선봉에 서 왔다.

10일 IMF가 발표한 ‘세계 경제전망-세계화와 불평등’ 보고서는 이런 입장을 스스로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지난 20년 동안 선진국이고 개도국이고 할 것 없이 소득 불평등은 더욱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화의 3요소는 무역·자본·기술이다. 80년 이후 세계 실질 무역량은 다섯 배로 늘어났고 세계 총 국내총생산(GDP)에 대한 무역의 비중은 36%에서 55%로 높아졌다. 무역 자유화에 따른 수출 증대로 소득 분포상의 밑바닥 5분의 3 계층 근로자들의 소득도 다소 높아졌다.

문제는 자본 및 기술 쪽이다. 외국 자본과 첨단기술이 보다 기술집약적인 산업, 보다 교육받고 숙련된 인력에 집중되면서 소득 불평등을 심화하고 있다. 교육 수준이 높아야 새 기술에 따른 새로운 기회를 생산성과 효율 상승과 높은 소득으로 연결시킬 수 있다.

게다가 금융의 세계화로 국경을 넘나드는 금융자산은 1990년 세계 GDP의 58%이던 것이 2004년에 131%로 배 이상 늘었다. 머니게임으로 고액 순자산 보유자의 자산은 갈수록 날개를 달고 있다. 세계화로 모든 사람의 소득은 높아졌지만 저소득 계층의 상승률이 고소득 계층만큼 높아지지 않고 있는 데 바로 문제가 있다. 따라서 교육에 대한 투자를 늘려 저기술·저소득 그룹들이 기술과 투자 자유화의 기회를 자신들의 소득 및 지위 상승으로 연결시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IMF 측은 권고한다.

IMF 보고서가 세계화 반대 세력에 한층 힘을 실어줄 것으로 예상되지만 빈부격차 심화라는 부작용 때문에 세계화 자체를 그만둘 수는 없다. 세계화는 이미 거역할 수 없는 현실의 일부며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신경제체제 아래서 격차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글로벌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고, 1등과 2등 간 격차는 갈수록 벌어진다. 글로벌 소비자들은 다투어 세계 최고의 것을 갖고 싶어 한다. 부유층의 ‘극단 소비’가 사회 전체가 지향하는 소비 규범으로 모방 확산되면서 과시적 소비가 기승을 부리고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날로 높아간다.

일본의 월간지 문예춘추(文藝春秋)는 올 초 ‘10년 후의 격차사회’ 특집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고용 격차, 회사 간 대우 격차,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간의 자산 격차, 자녀의 교육 격차, 지자체의 주민 서비스 격차, 치안·재해 격차, 의료·노후·결혼·출산 격차 등 11개 격차가 일본을 갈라놓을 것이라는 ‘경악의 예측’을 내놓았다. 이것이 어찌 일본에만 해당되는 일인가.

격차 확대는 세계화의 한 대가며 그 해소책은 글로벌 차원에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중국이 ‘빠르고 좋은 성장(又快又好)’에서 ‘좋고도 빠른 성장(又好又快)’으로 질적 전환을 선언한 것은 국가적 차원에서 격차 축소가 화급하다는 방증이다. 가장 ‘경악’스러운 일은 격차 확대를 ‘20 대 80’식의 포퓰리즘으로 접근해 선거에서 표를 얻으려는 ‘양극화의 국내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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