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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반발 확산 "탈락하면 3류대 전락" 법조계 "줄이자" 수임 건수 줄까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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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로스쿨 총 정원을 1500명으로 정한 정부 안에 반발하는 각 대학 법대 학장과 교수들이 18일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서 정원 3000명 이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김상선 기자]

김신일 교육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17일 발표한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총 입학정원(2009년 1500명, 2013년 이후 2000명)에 대해 탈락 위기에 놓인 대학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다.

18일 전국사립대 총장과 법대 학장.교수들이 각각 긴급 회동해 총 정원을 3000명 이상으로 확대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학장과 교수들은 "총 정원을 조정하지 않으면 로스쿨을 보이콧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혼란의 책임을 지고 김 부총리가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부나 대학은 겉으로는 "국민의 법률 서비스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각각 원하는 총 정원을 고집한다. 그러나 속내는 모두 제각각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총 정원에 대한 입장을 다시 보고할 예정이다. 이걸우 교육부 대학혁신추진단장은 "정부 안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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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반발 도미노=이날 오전 7시30분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 전국사립대총장협의회 손병두(서강대 총장) 회장과 국민대 김문환, 인하대 홍승용, 영남대 우동기 총장 등 7명의 회장단이 모였다. 굳은 얼굴에 비장한 표정이었다. 두 시간 가까이 회의를 한 총장들은 '총 정원 안에 경악과 개탄을 금할 수 없다'는 성명서를 냈다. 손 회장은 "전국 대학과 연합해 총 정원이 3200명 이상으로 확대될 때까지 공동 투쟁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10시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 앞에도 서울대 호문혁, 중앙대 장재옥 학장 등 전국 14개대 법대 학장들이 긴급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법조계 옹호 집단으로 전락한 노무현 정부를 강력 규탄한다"며 "총 정원을 3000명 이상으로 재조정하지 않으면 보이콧하겠다"고 선언했다. 장 학장은 "특권 법조를 지지하는 로스쿨이라면 사법개혁의 의미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학장들은 국회의원 200명 이상의 서명을 받아 반대운동을 벌이고 대선 후보와 면담도 추진키로 했다.

전국 4년제 대학총장의 모임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도 긴급이사회를 열고 정부 안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장무(서울대 총장) 회장은 "교육부의 안은 로스쿨 제도 도입의 취지에 역행한다"며 "총 정원 문제를 법조인 양성 담당자인 전체 대학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해 재론하라"고 말했다.

◆속마음은 따로따로=법조계와 대학, 정치권, 정부는 상대방을 공격하며 이해득실을 따지고 있다. 동국대 K교수는 "교육부 안은 법조계의 주장을 그대로 따른 것"이라며 "법조계가 변호사 수임 건수가 주는 것을 막고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총 정원 1500명을 지지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대한변협 관계자는 "로스쿨 탈락 시 자리 걱정을 하게 될 교수들이 정원을 늘리자고 억지를 쓴다"고 반박했다. 그는 "국회의원들도 선거를 겨냥해 지역 민심에만 신경쓰며 정원 확대에 가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총장들은 학교 위상 추락에 더 신경썼다. 서울 A사립대 총장은 "탈락하면 2류, 3류로 전락할 수도 있어 총장 직을 걸고 뛰고 있다"며 "총 정원을 반드시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원들은 연말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을 겨냥한 행보에 신경쓰는 모습이다. K의원은 "지역구 내 대학이 탈락하면 정치생명에 위협을 느낄 수도 있어 총 정원 확대를 주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육부 "변할 것 없다"=이걸우 교육부 대학혁신추진단장은 "김 부총리가 공석 중이어서 내부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 전혀 없다"며 "부총리가 귀국해도 상황이 바뀔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로스쿨 총 정원 최종 결정권자인 김 부총리는 이날 오전 프랑스 파리행 비행기를 탔다. 19일 열리는 유네스코 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교육부가 발표한 총 정원은 청와대에 보고된 사항이다. 익명을 요구한 교육부 관계자는 "현 정부가 2004년부터 추진해 온 로스쿨을 임기 내에 끝내려면 물러날 수 없다"며 "청와대에도 보고를 끝낸 사항"이라고 전했다.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교육부 판단을 존중하고 청와대로서 더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양영유.박수련 기자
사진=김상선 기자

▒알려왔습니다▒

정성진 법무부 장관의 "총 정원 늘리면 변호사 질 저하 등 폐단이 더 많다"는 발언과 관련, 정 장관은 "정원이 늘어나는 데 대한 폐단도 생각해야 하며 단순히 직역(職域)의 이해에 따른 숫자의 문제로 논의할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였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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