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번엔 열차충돌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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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KAL機 사고때의 놀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여객열차가 정면충돌하는 어처구니 없는 참사가 또 일어났다.각본이라도 짠듯 대형참사가 골고루 일어났던 지난 해의 악몽이 회상돼 불안하기 짝이없다. 왜 이렇게 대형사고가 꼬리를 무나.우연인가,아니면 사회기강 어딘가에 나사가 빠졌기 때문인가.과연 다른 부문엔 또다른대형 사고의 위험요소는 없는지 이 기회에 찬찬히 챙겨볼 일이다. 이번 열차충돌사고는 참으로 不可思議하다.철도청측 주장에 따르면 사고 직전에 충돌을 막기 위한 정지신호가 들어와 있었고,무선교신으로 기관사에게 정지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기까지 했다.사고열차의 기관사는 그러한 통지에『알았다』는 응 답까지 했다는 것이 철도청측 주장이다.또 기관사가 정지신호도 무시하고 무선교신에도 건성으로 대답했다 해도 열차에는 앞에 장애물이 있을때 자동정지하는 장치가 장착되어 있어 그대로 진행할 수 없게되어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서 사고가 난 것일까.철도청은 기관사가 순간적으로 착각해 자동정지장치를 해제한뒤 달렸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으나 얼른 납득이 가지 않는다.졸거나 깜빡 잊고 작동시켜야할 장치를 작동시키지 않기는 쉬워도 그냥 두기만 해도 될 것을 일부러 작동시켜 사고를 냈다는 것은 상식과 경험법칙에 어긋나는 것이다.철도청 주장대로라면 무선교신에 응답도 했고,자동정지장치의 해제도 했기 때문에 졸았다고 볼 수도 없다.뿐만 아니라 기관사 혼자 기관실에 있었던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졸음에 의한 사고라고 보기는 더욱 어렵다.
그러고 보면 남은 가능성은 열차자동정지장치.중앙집중제어시스템.선로전환기의 異常등 기계장치의 고장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철도청은 이들이 다 정상적으로 작동됐다고 주장하고 있다.그러나 기관사와 기관조사가 모두 숨져 증언을 들을 수 없다해서 기계장치의 異常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해선 안될 것이다.또기관사의 실수인 것이 분명해지더라도 그 실수가 왜 일어났는가에대한 면밀한 분석이 있어야 한다.혹시 얼마전 일어났던 파업의 여파는 아닌지,근무조건의 열악때문 은 아닌지,또다른 사고를 방지할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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