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파업 美대륙 들썩-노사협상 결렬로 초읽기 돌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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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뉴욕=李璋圭특파원]『과연 미국 프로야구가 파업에 돌입할 것인가?』 12일(한국시간 13일)로 파업 날짜를 잡아 놓고 있는 가운데 선수 노조측과 구단측의 협상이 여전히 난항을 거듭하자 급기야 로버트 라이시 노동장관까지 나서 파업불가론을 호소하기에 이르렀다.파업날짜가 코앞에 닥치자 매스컴들도 연일 특집보도하며 야단이다.
미국에서 프로야구의 파업은 단순한 운동경기 중단이 아니다.프로야구로 생업을 영위하는 각종 의류.기념품.식당등 관련산업에 심각한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야구라면 사족을 못쓰는 미국민 전체에 엄청난 불평.불만을 야기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
원래 클린턴 정부는 프로야구의 이번 파업사태에 일절 개입하지않겠다는 입장을 누누이 밝혀 왔었다.그러나 라이시 노동장관 스스로가 야구장에 나와 TV인터뷰를 통해 『파업을 막아야 한다는내용의 편지를 야구팬들이 나한테 많이 써 보내 달라.그러면 선수들도 파업하지 않고 경기를 하면서 협상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처럼 라이시 노동장관이 여론의 힘으로라도 프로야구의 파업을막아야 한다고 밝힘으로써 노사분규의 주무장관이 결과적으로 구단주 편을 들어준 셈이 되고 말았다.
구단과 선수 노조사이의 문제는 구단들이 내년시즌부터 연봉총액상한제를 실시하겠다는 데서 비롯됐다.구단측의 주장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28개팀중 19개팀이 적자를 내고 있어 선수연봉 총액을 총수입의 50%로 묶자는 것.
구단의 총수입은 경기입장료와 방송중개료 등으로 구성되는데,이것의 절반을 가지고 선수들의 봉급을 알아서 나누어주라는 이야기다.이럴 경우 구단의 총수입이 현저하게 늘어나지 않는한 일부 스타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주려면 다른 선수 몫을 그만큼 깎아야하는 것이다.프로야구에서 이같은 임금총액상한제(샐러리캡)가 처음 거론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이미 프로농구(NBA)는 지난 84년부터, 미식축구는 금년부터 시작한 것으로서 모두 구단경영악화를 이유로 선수들의 반발 속에 도입하게 된 것이다.
선수노조측은 총액으로 임금을 묶을 경우 결과적으로 개인의 임금협상 자유를 구단측이 기본적으로 억압하는 것이라고 반발,최후저항수단인 파업으로 맞서고 있는 실정이다.더구나 금년부터 처음상한제를 경험한 미식축구선수들이 강한 불만을 제기함에 따라 이를 본 야구선수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거부해야 한다는 분위기다.
한편 이를 지켜보는 일반 시민들의 반응은 누구탓을 막론하고 파업은 안된다는 반응들이다.최고 연봉 5백70만달러까지 받는 프로선수들이 아무리 불만스럽기로서니 파업까지 불사하며 소비자(팬)들을 외면해서야 되겠느냐는 것이다.
이에따라 시민들은 파업에 항의하는 뜻으로 하루 경기관람거부운동을 벌일 예정이다.
더구나 프로야구경기가 절정기에 들어선 시기라서 만약 파업사태가 벌어진다면 정부도 가만있지 못할 것이다.아무리 워싱턴 政街가 의료보험개혁 문제로 정신이 없다고 해도 프로야구 파업에 따른 국민적 불만고조가 더 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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