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유창혁 9단, 8강 진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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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제 12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16강전 하이라이트>
○·유창혁 9단 ●·어영호 6단

 장면도=백 우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는 국면이다. 허영호 6단이 201을 선수하자고 했을 때 유창혁 9단이 거꾸로 202를 선수해왔다. 불리한 허영호로서는 눈이 번쩍 떠지는 장면. 우변을 백이 A로 잡는 것과 흑이 B로 잡는 차이는 어마어마하다. 흑은 우중앙에서 상변으로 이어지는 거대한 대마가 아직 미생이어서 이 넉 점의 가치는 더욱 크다. 그러나 202로 인해 이쪽 흑대마가 몽땅 잡힌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흑에게 묘책은 없을까. 대마도 살리고 우변도 잡는 묘책 말이다.

 실전진행(203~211) =허영호 6단은 숨가쁜 초읽기 속에서도 203에 치중하는 맥점을 찾아냈다. 손해수지만 대마를 선수로 살리는 묘수. 206까지 확인한 흑은 손을 돌려 207로 백 넉 점을 잡아버렸다. 흑대마는 208로 공격했으나 209가 선수로 들어(203의 효용이다) C와 D를 맞보기로 살아있다.

 그렇다면 바둑은 역전된 것인가. 아니다. 미세한 바둑이라면 역전되었을 텐데 이 바둑은 끄떡없었다. 백은 204의 이득에다 E로 넉 점 잡는 수도 선수여서 묘수를 당했음에도 출혈은 크지 않았다. 여기서 백은 미뤄두었던 하변 백에 손을 돌려 이곳을 살림으로써 승리를 확정지었다. 어느덧 노장의 대열에 들어선 유창혁 9단이 전성기의 파워를 유감없이 보여주며 8강에 합류한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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