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피아니스트’ 꿈꾸는 19세의 집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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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피아니스트 김선욱(19·한국예술종합학교·사진)군은 초등학교 때부터 예술의전당 C블록 2열 13번 자리를 자신의 ‘지정석’으로 정해놨다. 좋은 공연에 어김없이 나타나 음악인들 사이에서 ‘예술의전당 단골 꼬마’로 불렸다. 또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연주자의 CD를 사모으는 것도 오래된 버릇이다. 최신 클래식 DVD 또한 싹쓸이 한다.

“제가 사고 싶은 음반을 다 모으면 아마 집이 터져나갈 거에요.” 김군은 이달 초 일본 오케스트라 페스티벌 참석차 도쿄에 갔을 때도 CD를 한아름 사서 돌아왔다. “친구들이 가요에 빠지는 것처럼 나는 클래식에 빠진 것뿐”이라고 말하지만 음악을 듣거나 연주할 때의 열정만큼은 또래의 집중력을 훌쩍 뛰어넘는다.

어려서부터 맞벌이 교사인 부모님 밑에서 자라 모든 공부를 혼자 했다. 다그치는 사람 없이 스스로 좋아서 열중했기 때문에 결과가 더 좋았다. 운전면허를 딴 지 1년도 되지 않은 지금도 그는 자신의 연주회장에 손수 운전을 해서 온다.

김군은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동양인 최초로 우승해 화제가 됐다. 유학 경험 없이 서초동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에서만 공부해 탄 상이었다. 하지만 그의 꿈은 항상 세계를 향해 있었다. 그는 “국제 콩쿠르를 나갈 때마다 우물 안 개구리를 떠올렸다”고 기억한다. 국제 무대에 끊임없이 도전한 결과 김군은 이제 또래의 영웅이 됐다. 그의 무대는 유럽·아시아 등으로 넓어졌고 연주회장에는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많이 눈에 띈다.

그의 스승인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김군을 뉴욕에 떨어뜨려 놓기도 했다. “세계 무대와 외로움을 배우라”며 뉴욕에서 머물게 한 지 3개월 만에 김군은 뉴욕 전체의 지도를 외웠다. 그리고 뉴욕 카네기홀에서도 단골 손님이 됐다. 김군은 “연주 여행을 간 유럽의 도시에서도 좋은 연주를 챙겨서 표를 사곤한다”고 했다.

김군은 항상 자신의 연주를 비판적으로 들을 줄 안다. 스승이 “연주회를 그만 다니고 연습 좀 하라”고 할 때까지 다른 사람의 음악회를 다니고 좋은 피아니스트들의 연주를 치열하게 분석했기 때문이다. 그가 구성이 탄탄하고 분석적인 연주를 한다는 평을 들을 수 있는 이유다.

김군은 16일 한국스카우트연맹에서 선정한 ‘2007 자랑스런 청소년 대상(Youth Hero 상)’을 받았다. 유학을 하지 않은 순수 국내파로 세계에 한국 예술의 힘을 보여줬다는 이유에서였다.

김군은 리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후 국내외 무대에 오르며 바쁜 1년을 보냈다. 특히 11월 런던 데뷔 연주회는 그에게 아주 중요한 무대다. 내년에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는 그는 “꾸준히 오래가는 연주자가 되겠다”며 연주에 내실을 기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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