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 시장경제 요람 시카고 대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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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시카고 대학이 또 한 명의 수상자를 배출하면서 '노벨 경제학상의 산실'이라는 명성을 재확인했다. 이 대학 로저 마이어슨 교수가 15일 두 명의 미국 학자와 함께 노벨 경제학상의 공동 수상자로 선정돼 시카고대의 수상자는 24명으로 늘었다. 1969년 제정 이후 이 상을 받은 61명 중 시카고대 출신은 40%에 이른다.

학계에서는 이런 업적이 교수의 실적에 따라 연봉을 책정하는 철저한 성과급주의와 유능한 교수를 적극 유치하는 인사정책 덕분으로 본다고 AP통신이 16일 보도했다. 여기에 지배적 이론에 도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시카고대의 자유로운 학풍이 일조했다.

자유주의 성향인 카토연구소 부소장인 데이비드 보아즈는 "시카고대에서 논문을 제출하면 똑똑한 교수들이 실수나 약점을 찾아내기 위해 철저히 점검한다"며 "시카고대는 훌륭한 사상은 결국 인정받게 된다는 소박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학파'의 저자 조한 반 오버트벨트는 "시카고대는 수십 년 전부터 동부 아이비리그 대학과 멀리 떨어진 중부에 있어 지배적 경제사상과 거리를 유지해 왔다"고 분석했다.

개개인의 명성보다 학문적 성과를 더욱 중요시하는 전통도 시카고 학파가 이룩한 명성의 또 다른 배경이다. 데렉 닐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구가 최우선이고 유일한 일이라는 인식이 교수 사회에 퍼져 있다"며 "교수들은 경제학의 새 영역을 개척하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들이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는 것보다 학문 자체의 연구에 더 관심이 많다"며 "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밀턴 프리드먼 교수가 이룬 대부분의 성과도 명성을 얻기 전 이룬 것"이라고 덧붙였다. 9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게리 베커 시카고대 교수는 "시카고대 경제학자들은 워싱턴 정계에 진출하는 것보다 동료와 연구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고 설명했다.

시카고대의 권위와 명성은 노벨상 수상 등 새로운 학문적 권위를 축적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스웨덴 한림원 노벨 경제학상 위원회의 요르겐 베이불 위원장은 "그동안 시카고대 출신들이 수상해 온 노벨상들은 이 대학에서 더 나은 연구자를 배출하는 데 보탬이 됐다"고 말했다.

정재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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