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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STATE] 3년 만에 10조원 부동산 펀드 집중해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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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 3년 만에 10조원이 넘는 투자자금을 끌어 모은 부동산펀드의 성적이 상품별로 크게 엇갈린다. 일부 펀드는 원금의 배가 넘는 투자수익 실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반면 일부 펀드는 원금 손실 위험에 직면해 있다. 한국투자증권 박승훈 연구위원은 “부동산펀드는 상품별 내용이 천차만별이어서 어떤 상품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투자 성적표도 달라진다”며 “판매금융사 영업점 직원의 말만 듣지 말고 투자자 본인이 상품의 설계도를 꼼꼼히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임대형 3년 수익률 최고 150% 될 듯"

◆상품별 명암 뚜렷=2004년 6월 맵스자산운용이 국내에 첫 부동산펀드를 선보인 이후 이 상품은 묻지마 투자 열풍이 불 정도로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끌었다. 자산운용협회와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부동산펀드 설정 잔액(수탁액)은 10조5288억원으로 지난해 말(5조6468억원)에 비해 86%나 급증했다. 그동안 일반투자자에게 판매된 부동산펀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해외 부동산에 투자하는 해외형(직접+재간접)이 5조2998억원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국내 아파트 개발 프로젝트가 주요 투자 대상인 프로젝트파이낸싱(PF)형이 32%, 국내 빌딩 등 실물 자산에 투자하는 임대형이 12%가량 된다. 이 밖에 경·공매형, 개발형도 있지만 소수다.

투자 성적은 임대형이 가장 좋다. 임대형은 투자금을 모아 오피스빌딩 등을 사들인 뒤 투자기간 중 임대료 수입 및 빌딩 매각 차익을 투자자에게 나눠 주는 방식인데 서울 강남권 등 주요 지역 빌딩 공실률이 1%대로 낮아졌고 빌딩 가격도 치솟고 있어 예상수익률이 높다. 맵스자산운용 김형석 본부장은 “2005년 판매된 임대형 상품을 내년에 해지할 경우 3년 예상 수익률이 90~150%에 이른다”고 말했다.

올 초까지만 해도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던 해외형은 요즘 수익률 비상이 걸렸다. 해외형은 주로 투자자금을 모아 해외에 상장된 외국 리츠(REITs)에 재투자하거나 상장된 해외 부동산개발회사 주식에 투자하는 형태.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파문 이후 해외기관투자가들의 투자금 회수가 이어지면서 수익률이 급락했다. 펀드평가회사 제로인이 설정액 100억원 이상의 해외 펀드 22개의 6개월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1개 펀드를 제외한 21개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14.24~-2.94%)을 기록했다. PF형의 경우 최근 6개월간 상환된 펀드들의 연환산 수익률이 5.79~7.98%로 목표수익률(연 7% 내외)에 근접한다. 그러나 지금부터가 문제다. PF형은 지방 아파트 사업에 투자한 펀드들이 대부분인데 지방 분양시장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어서다. 분양 차질에 대비한 안전장치로 시공사(건설회사)의 지급보증이 돼 있는 경우가 많지만 시공사가 자금난을 겪게 되면 지급보증도 믿을 게 못 된다. 하나UBS자산운용 이준규 팀장은 “ 부동산펀드가 투자한 프로젝트는 현재 미분양 위험에 노출돼 있는 B급 사업지가 대부분”이라며 “당분간 지방 분양시장의 어려움이 지속될 전망이어서 일부 펀드는 원금 손실 위험에 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중도 환매 못하는 펀드 많아 … 길게 봐야

◆상품 구조조정 활발·유의점도 많아=요즘 부동산펀드 시장은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 국내외 부동산시장이 전반적으로 침체되면서 부동산펀드 시장에도 새 상품 출시가 더디다.

당분간 기존과 같은 임대형과 PF형 상품은 나오기 어려울 것 같다. 임대형의 경우 빌딩 값이 워낙 오른 데다 시중 금리까지 상승해 투자자들에게 적정 수익률을 제시할 수 있는 상품 자체를 만들기 어렵다. 우리자산운용 신성철 부동산본부장은 “앞으로 기존 임대형 상품을 변형해 짓고 있는 빌딩에 미리 자금을 투자하는 ‘임대+PF형’ 상품이 주류를 이룰 것”이라고 내다봤다. 공사에 따른 투자 위험을 조금 떠 안더라도 선투자를 통해 투자 대상을 장만하는 방식인데 전망은 밝은 편이다. 현재 수급 상황을 볼 때 국내 빌딩시장은 최소 3년간 활황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PF형 상품은 분양시장 침체와 분양가상한제 여파로 갈수록 상황이 어려워지고 있다. KTB자산운용 강현수 과장은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으면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판단 아래 사업 추진 자체를 보류하는 사업장이 많아 관련 부동산펀드도 줄고 있다”고 전했다. 장밋빛 전망도 사라졌다. 지방 아파트 분양시장이 과잉 공급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에 새 사업지의 분양 성적을 보장받기 어렵다.

연초 이후 PF형과 임대형의 대안 역할을 했던 해외형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미국·영국 등 선진국 부동산시장의 오름세가 꺾였기 때문이다. 해외형의 경우 외국 리츠나 부동산펀드 등에 투자하는 재간접 투자방식에서 벗어나 국내 운용사가 해외 부동산에 직접 투자하는 상품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국내 자산운용사들의 해외부동산 직접투자 경험이 매우 적다는 점이 불안요인이다.

따라서 앞으로 부동산펀드에 투자할 때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특히 PF형과 임대형의 경우 만기 전에 환매가 불가능한 폐쇄형이기 때문에 중장기 관점에서 여유자금으로 투자하는 게 중요하다.

해외형에 투자할 때는 어떤 지역에 투자하는 상품인지를 잘 살펴야 한다. 투자 지역 부동산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수익률이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에이엠지파트너스 박성현 사장은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펀드는 당분간 피하는 게 좋고 러시아나 중국 등 최근까지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인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도 최근 해당 지역 부동산 가격 상승률이 너무 높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함종선 기자

◆부동산펀드=투자자들로부터 모집한 자금을 국내외 부동산개발사업·수익성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 투자해 발생하는 운용수익을 배당하는 상품. 투자자 입장에서는 1000만원 정도의 소액으로 수십억원 이상의 부동산에 간접 투자해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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