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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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이다’는 주어가 지시하는 대상의 속성이나 부류를 지정하는 뜻을 나타내는 서술격 조사다. 주어의 속성·상태·수효 등을 밝히는 서술어를 만들거나 어떤 주제에 대해 문제가 되는 사실을 밝히는 서술어를 만드는 기능을 한다.

‘-이다’는 ‘가을이다’ ‘단풍이다’ ‘계절이다’처럼 받침이 있는 체언 다음엔 기본형인 ‘-이다’가 자연스럽다. 그러나 ‘조화이다’ ‘태도이다’ ‘일부이다’처럼 받침이 없는 명사(모음으로 끝나는 명사) 다음에 붙여 쓰면 몹시 어색하다.

모음으로 끝나는 말 다음에는 ‘이’를 빼고 ‘-다’만 붙여 ‘조화다’ ‘태도다’ ‘일부다’처럼 써야 한다. 특히 ‘모기’ ‘먹이’ ‘머리’처럼 ‘이’로 끝나는 명사에 ‘-이다’를 붙여 쓰면 극도로 불편하다. ‘-이다’를 붙여 ‘모기이다’ ‘먹이이다’ ‘머리이다’라고 하면 좀 우스꽝스럽기도 하다.

‘-이다’는 체언 외에 조사나 부사, 용언의 어미 뒤에도 붙을 수 있다. 이때에도 모음으로 끝나는 말 다음에는 ‘-이다’ 대신 ‘-다’를 써야 한다. ‘위해서이다’는 ‘위해서다’, ‘끝나고서이다’는 ‘끝나고서다’로 표현해야 한다.

모음 다음에는 ‘-이다’보다 ‘-다’ 발음이 자연스러움에도 굳이 ‘-이다’를 붙여 쓰는 것은 과거의 타성에 젖은 탓이다. 주로 학자들이 ‘-이다’를 꼬박꼬박 붙여 쓰는 경향이 있다. 아직까지 ‘하여’를 즐겨 쓰거나 말끝마다 ‘~것이다’를 붙여 쓰는 버릇과 일맥상통한다. 이런 것들은 이제 사극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이다.

배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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