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 달러, 엔 - 달러 따로따로 환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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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통상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엔-달러 환율도 하락했다. 하지만 2005년 이후 원-달러와 엔-달러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는 현상(동조화)이 약해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오르고 있는 것이다. 일본 엔화가 필요한 기업이나 가계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시기에 엔화를 사면 보다 싸게 살 수 있는 셈이다.

15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와 엔-달러 환율의 상관계수는 2002년 0.77에 달했으나 올 8월에는 -0.93에 달했다. 상관계수가 플러스 1이면 두 환율의 등락이 완전히 같은 방향으로, 마이너스 1이면 완전히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얘기다.

하나은행 금융시장부 이진일 차장은 “금리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에 투자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극성을 부리면서 외환시장의 원칙처럼 돼 있었던 원화와 엔화의 환율 동조화 현상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도 원-달러 환율은 1.3원이 하락했지만 엔-달러 환율은 오히려 0.41엔 상승했다. 이에 따라 원-100엔 환율은 4.12원이 하락한 779.41원으로 장을 마쳤다. 원화의 가치는 상승하고, 엔화의 가치는 하락했기 때문에 원-엔 환율의 하락폭이 커진 것이다.

결국 엔화가 필요한 기업이나 가계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신호만 보고 엔화를 사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엔화를 살 수 있다는 얘기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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