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침몰했던 제26삼화호 구조-제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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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살아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동료들을 생각하면….』 『부이만 놓치지 않는다면 언젠가 구조되리라 믿었습니다.이정도 기상여건이라면 구조에 나설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 해경이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사방을 분간할 수 없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파도와 사투를 벌인지 18시간여만인 1일 오후6시10분쯤 간신히 제주항 방파제에 기어오른 姜복선씨(44.부산시서구아미2동)와 徐영현씨(28.전남고흥군봉례면)는「살았다」는 안도감이 드는 동 시에 동료들의 생사가 가장 염려됐다.
지난달 15일 갈치.조기등을 잡기 위해 부산항을 출항한 제26삼화호(1백38t.선원 14명)는 지난 31일 오후 제11호태풍「브렌던」의 북상소식에 조업을 중단하고 피항중「꽝」하는 소리와 함께 오후11시쯤 남제주군 모슬포항 남서쪽 12마일해상에서 침몰해 버렸다.
침몰순간 부이(buoy.그물을 띄우는 축구공만한 플라스틱 기구)네개를 몸에 감은 徐씨는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동료를 찾아 헤맸으나 주위에는 姜씨만 눈에 띌뿐 아무도 없었다.
이후 두 사람은 두려움과 탈진순간을 넘기며 파도와 싸운지 18시간여만에 극적으로 생사의 갈림길을 헤쳐 나왔다.
그러나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병원 응급실이 아닌 제주해양경찰서 옆에 있는 두평 남짓한 여인숙 방이 전부였다.
이날「보고용」사건개요를 수사한 제주해경 상황실은『말도 하고,육안으로 봐서 건강이 좋아 보인다』는「자체 진료」에 따라 최소한의 건강진단마저 생략한채 여인숙에서 쉬도록 배려(?)하고는 상황을 마친 것이다.
더구나 두 사람이 구조를 기다리며 사투를 벌이던 시간에 1천5백t급 제주해경소속 구조선「1501호」는 태풍을 피해 목포항에 피항중이어서 구조기대 자체가「짝사랑」일 수밖에 없었다.
[濟州=高昌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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