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문화재 관리도 디지털 시대에 맞춰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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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직지심경을 디지털로 복원해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도록 하겠다.” 한국EMC의 박재희(42·사진) 마케팅 상무는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직지심경 찾기에 미친 사람’으로 통한다.

박 상무는 “직지심경은 1, 2권으로 구성돼 있는데 현재 1권은 못 찾고, 2권도 프랑스에서 보관하고 있다”며 “국내 학계와 연구단체를 지원해 직지심경 찾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2000년 무렵이다. EMC가 디지털 정보를 담아 두는 서버나 스토리지를 취급하는 업체인 만큼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 문화 유산인 직지심경을 디지털 복원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박 상무는 “영미권에선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금속활자본을 직지심경이 아니라 독일의 구텐베르크본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많아 이를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도 했다”고 설명했다.

박 상무는 이후 직지심경에 대한 소개 글을 사보 등에 게재하고, 미국 본사에도 보존의 중요성을 보고했다. 미 본사는 그의 주장을 받아들여 홈페이지에 직지심경이 1377년 제작된 금속활자본으로 독일 구텐베르크본보다 78년이나 앞선다는 내용 등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EMC는 홈페이지에 소개된 직지심경에 대해 네티즌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자 세계 각국 문화 유산을 디지털 복원하는 작업을 본격적으로 펼치기 시작했다. 현재 직지심경을 비롯해 화재로 소실된 독일의 아나 아말리아 도서관 자료와 미국의 존 F 케네디 도서관 자료 등을 디지털화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박 상무는 “직지심경에 이어 지난달엔 충북 청주의 고인쇄박물관이 보존 대상으로 선정됐다”며 “앞으로 이 박물관의 유물 및 고문헌 자료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솔루션 일체를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여대 출신인 박 상무는 현대건설·한국델컴퓨터 등을 거쳐 1997년 한국EMC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EMC의 아시아·태평양지역 기업마케팅 총괄이사직도 겸하고 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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