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훈기자의숫자로보는게임세상] 163,300,000,000,00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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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이번 숫자엔 ‘0’이 참 많네요. 163조3000억입니다. 일본 소니가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으로 벌어들인 돈(원화 기준)입니다. 소니가 자회사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CES)를 통해 PS를 처음 내놓은 것은 1994년이었습니다. TV의 오디오비디오(AV) 단자에 연결해 TV 화면을 보면서 게임을 하는 기계였죠. 소니의 PS는 PS1, PS2를 거쳐 지난해 11월엔 PS3로 진화했습니다. 2004년 말엔 휴대용 제품인 PS포터블(PSP)도 나왔습니다. 현재까지 PS 시리즈의 판매량은 2억2000만 대, PSP 판매량은 2600만 대가량 됩니다. 59조5000억원어치입니다. 게임사는 게임기를 깔아 놓은 뒤 게임 타이틀을 파는 데서 더 큰돈을 법니다. PS 시리즈 게임 타이틀이 22억5000만 장, PSP 타이틀이 1억 장 이상 팔렸습니다. 여기서 벌어들인 돈이 103조8000억원이나 됩니다.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MS)는 2001년 11월 소니에 도전장을 던집니다. ‘X박스’란 게임기를 출시한 거죠. MS는 이 게임기에 비디오게임기로는 처음으로 8기가바이트짜리 하드디스크를 달았습니다. 게임기 구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MS는 2005년엔 후속제품 ‘X박스360’을 내놨습니다. MS는 현재까지 X박스를 3300만 대 팔았습니다. 지난해 MS는 게임으로만 61억 달러(약 5조6000억원)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비디오게임기를 말하면서 일본의 닌텐도를 빼놓을 수 없죠. 닌텐도는 지난해 11월 게임기 앞에서 테니스를 하고 골프를 치는 듯한 동작을 하며 게임을 하는 ‘위(Wii)’를 선보였습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출시된 이 제품은 미국에서 품귀 현상이 벌어져 아빠들 고생이 대단했다고 합니다. 닌텐도 위는 지난 6월 말 현재 926만 대가 팔렸습니다.

올해 세계 게임시장 규모는 850억 달러로 추정됩니다. 이 중 비디오게임기 시장이 370억 달러 정도 됩니다. 소니·MS·닌텐도 3사가 이 시장을 나눠 먹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기 하나로 10조원대 매출을 올리는 셈이죠. 이들 3사는 엄청난 무형의 수익도 올리고 있습니다. 바로 10대들의 머릿속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것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세계 어디에선가 10대들이 부모를 졸라 이들 회사의 게임기를 구입하고, 회사명을 가슴속에 새기고 있을 겁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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