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쓰유기 김정일시대 북한미술 전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49년의 독재기간동안 북한 전역을 자신의 동상과 초상으로 뒤덮었던 김일성을 이어 북한 최고권력자로 부상한 김정일은 북한미술을 어느쪽으로 끌고갈 것인가.
영화와 음악등 예술분야 전반에 상당한 이해와 조예를 갖췄다고알려진 김정일의 미술觀을 중심으로 김정일시대의 북한미술을 전망한 글이 소개돼 눈길을 끈다.
『月刊美術』 8월호는 지난 82년부터 북한을 수차례 방문,북한 미술계의 동향을 누구보다 소상히 알고있는 일본의 북한미술전문가 하타야마 야쓰유키(45.畑山康幸)의 기고「김정일시대의 북한미술을 전망한다」를 실었다.
하타야마씨가 김정일의 美術觀을 분석하면서 이용한 자료는 지난91년 가을 발표된 김정일의 저서 『미술론』이다.
김정일은 『미술론』발간을 전후해 『영화예술론』『무용예술론』『건축예술론』『음악예술론』등을 잇따라 써내면서 주체사상에 기초한자신의 문예관과 북한 문화예술정책의 방향을 밝혔었다.
「인간과 미술」「조형과 형상」「종류와 형태」「미술가와 창작」등 4개장으로 나눈 『미술론』에서 김정일이 특별히 강조한 대목은 주체미술의 역할.
김정일은 이 책에서『수령을 형상화하는 것은 사회주의 미술의 내용에서 핵을 이룬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북한에서 늘 사용하는「김일성수령」대신 「수령」이라고만 언급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이 대목에 김일성이 수령일때는 김일성을,김 정일이 수령일때는 김정일을 그려야 한다는 뜻이 깔려있다는 것이 하타야마씨의지적이다.
하타야마씨는 이어 이미 북한에서는 김정일을 주제로 한 그림이등장했다고 밝히고 있다.지난해 4월 북한을 방문했을때 평양 조선미술박물관에서 열린「4.15 경축미술전람회」에 『혁명무력의 최고사령관 김정일원수』(조선화),『예술영화 조선 의 별 촬영현장을 찾으신 친애하는 지도자 동지』(유화),『경애하는 최고사령관 김정일 원수만세』(출판화)등이 출품돼 있는 것을 목격했다는것이다. 하타야마씨는『김정일을 형상화한 작품은 김일성을 그린 작품과 마찬가지로 김정일을 인민의 지도자로 부각시키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며 『후계자의 자리에 앉은 김정일을 형상화한 작품은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절대권력을 지닌 독재자들이 자기의 치세를 상징하는 건축물만들기에 몰두했듯이 평양시내 곳곳에도 김일성에 이어 김정일의 모습을 담은 대형 모뉴먼트들이 들어설 날이 멀지않았다는 것.
그러나 김일성시대의 북한미술이 추상미술을 추방하고 미술의 본질을 김일성의 선전수단으로 왜곡하며 자신들의 뜻에 맞지않는 미술가들을 미술사기록에서 삭제하는등의 잘못을 저질렀듯이 김정일시대 또한「모순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하타야마씨는 전망했다.『김정일이 김일성시대와 같은 통치스타일을 고수하면 할수록 북한미술은 김일성시대에 쌓아올린 모순이 확대될 뿐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게 오랫동안 북한미술계를 지켜봐온 그의 결론이다.
필자 하타야마씨는 오사카외국어대학에서 한국어를 전공한후 NHK북한관련프로그램을 제작했으며 현재는 NHK정보네트워크에 근무하고 있다.
〈尹哲圭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