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이라크·아프간 파병 연장해 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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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미국 행정부는 11일 한국군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주둔해 주길 원한다고 한국 정부에 공식 요청했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정무차관은 이날 제2차 한.미 차관급 전략 대화의 자리에 참석한 심윤조 외교부 차관보에게 한국의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파병에 사의를 표하면서 "한국군의 파병 연장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심 차관보는 "한국 정부가 여러 가지 관련 사항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국회의 의견도 들어 신중하게 판단할 것"이라는 입장을 번스 차관에게 전달했다.

심 차관보는 워싱턴 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미국의 한국군 파병 연장 요청이 한.미 공동발표문에 적시될 정도로 미국의 태도는 진지했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가 이미 연내 철수 입장을 밝힌 아프가니스탄에 계속 주둔하는 것도 종합 검토의 대상이냐"는 질문에 심 차관보는 "우리의 방침을 바꾼다는 어떠한 움직임도 없다"며 "종합 검토라는 말은 이라크에만 해당하는 것으로 이해해 달라"고 답했다. 그는 "그렇다고 해서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을 연장한다는 뜻은 아니며,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최근 이라크 상황을 점검하고 귀국한 자이툰 성과평가단의 보고를 검토한 뒤 자이툰 부대 임무종결 계획서를 작성,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워싱턴의 한 관계자는 "정부와 국회 인사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 내에선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연장해야 한다는 견해가 우세하다"며 "정부는 파병을 연장하되 병력을 줄이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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