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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악대, 민간 오케스트라 뺨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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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건군 59주년 기념 3군 통합 군악 연주회’가 12일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서 열렸다. 300여 명의 육·해·공 군악대원들이 아름다운 화음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변선구 기자]

건군 59주년 기념 제1회 '3군 통합 군악연주회'가 열린 12일 저녁 서울 용산동 전쟁기념관 평화의 광장. 300여 명의 육.해.공 3군 군악대와 합창단이 성악가 박정원(소프라노) .김남두(테너)씨의 노래에 맞춰 베르디의 오페라 '라트라비아타' 중 '축배의 노래'를 연주했다. 한국군 창설 이래 최초로 한 무대에 오른 3군 군악대와 합창단은 으레 예상됐던 '행진곡풍' 연주 대신 매끄럽고 세련된 소리를 들려줬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관악기 바순을 전공하는 정순민(20) 상병도 해군 군악대로 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해 4월 군악대에 입대한 그는 "보통 음악 전공자들은 군대를 '무덤'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군악대 연주 수준을 보고 생각을 바꿨다"며 "10명 중 9명은 음악을 정통으로 공부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군악대의 발전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실력 좋은 인적자원이다. 지난달 33명을 공고한 육군 군악대 선발 오디션에는 262명의 지원자가 몰렸다. 경쟁률은 7.9대 1. 이 중 4년제 이상의 음악대학 재학.졸업생은 136명이었다. 육군본부 군악실장인 정병우 중령은 "1년에 5명 정도를 뽑는 타악기 연주병은 80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5월 육군에 입대한 방대진(30) 상병은 밀라노 비첸차 국립음악원에서 성악으로 석사과정을 마쳤다. 중앙.동아 음악 콩쿠르를 합쳐 여섯 차례 2, 3위에 입상한 것을 비롯, 비냐스.베르비에 콩쿠르에서도 각각 파이널리스트와 3위의 해외 콩쿠르 경력이 있다.

"저보다 경력.실력이 더 좋은 사람도 많습니다. 오늘 연주를 위해 이달 1일부터 합숙을 시작했는데, 군악대 성악병들의 실력을 보면서 웬만한 국제 오페라 무대에 내놔도 밀리지 않는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방 상병의 말이다.

공군 군악대 이상수 중령은 "예전에는 고등학교에서 취미로 관악 밴드를 하던 젊은이가 군악대에 들어왔지만 이제는 고급 인력이 속속 입대해 수준이 많이 높아졌다"며 "군악대 처우가 좋아졌다는 것과 음악 전공자들의 '고학력 실업'도 원인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연주 곡목과 형식도 바뀌고 있다. 지휘관 이.취임식과 열병식.사열식 등에 주력하던 예전과는 달리 군악대 연주만을 위한 무대가 늘어났다. 해군 군악대장인 박준형 소령은 "흥을 돋우고 씩씩하게 연주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음악성과 섬세함까지 겸비할 수 있도록 연습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악기 위주인 군악대의 현악기 연주자는 약 10%. 현악기 연주자가 관악의 두 배 정도인 일반 오케스트라와는 또 다른 느낌을 주는 음악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국방부 정훈기획관실 유동주 문화팀장은 "매년 한 차례 정도 해외 무대에 참가할 수 있는 것도 군악대의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김호정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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