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마라토너 지라르, 지구 반바퀴를 달렸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미국(1997년).오스트레일리아(99년).남아메리카(2001년)를 연이어 가로질렀던 프랑스인 마라토너가 마침내 아프리카 횡단에도 성공했다. 지금까지 총 2만㎞ 이상을 달려 지구 반바퀴를 돈 셈이다.

화제의 주인공은 세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세르주 지라르. 횡단기간 중 50세가 된 그는 2일 이집트의 수도 카이로 외곽에 있는 기자 피라미드군(群)에 도착해 1백20일 2시간40분의 대장정을 마쳤다. 지난해 10월 2일 아프리카 서쪽 끝에 있는 세네갈의 알마디곶에서 출발한 그는 사하라 사막을 거쳐 아프리카 동쪽 끝 카이로까지 총 8천3백㎞를 역주했다. 하루도 빠짐없이 약 70㎞씩 달린 셈이다.

역주 내내 섭씨 5도에서 50도를 오가는 극심한 온도 격차, 북아프리카의 거센 모래 바람과 싸운 지라르는 그 때문에 횡단 기간이 열흘이나 늦어지기도 했다. 당초 그는 하루에 80~85㎞씩 달려 1월 19일께 카이로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지라르는 "차를 몰고 쫓아오던 지원 스태프가 쓰러지는 바람에 횡단이 더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역주는 내가 상상할 수 있는 한 가장 힘든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횡단 과정에서 스태프 중 두명이 말라리아로, 한명은 또 다른 이유로 탈락해 출발한 지 열흘 만에 그의 아내 로르와 물리치료사 두명만 곁에 남았다. 별 수 없이 지라르는 11월 초 새로운 스태프를 뽑아야 했다.

이번 아프리카 횡단으로 대륙 네개를 횡단하는 대기록을 세운 지라르는 "나는 세계 최초로 전 대륙을 횡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서 "2년 안에 아직 정복하지 못한 유라시아(유럽+아시아)를 건너는 데 도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고향인 프랑스 북부 도시 르 아브르에서 중국의 상하이(上海)까지 발로 뛰어 가로지르겠다는 꿈이다.

지라르는 현재 자신이 재무담당자로 근무했던 프랑스 보험회사 AGF의 후원을 받고 있다. 서른살 때부터 마라톤을 시작한 그는 11일 만에 1천3백㎞(하루에 1백14㎞꼴)를 달려 프랑스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신예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