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화·석모·영종도 일대 6억5000만㎡ 메워 홍콩식 경제특구로 개발하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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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 남북정상선언'에 따라 남북이 함께 추진하는 '서해평화협력 특별지대'를 홍콩식 경제특구로 개발하자는 민간 연구소의 제안이 나왔다. 해주~강화도를 잇는 경기만 일대를 특구로 만들어 홍콩처럼 외국과 자유롭게 무역하는 '경제자유구역'을 만들자는 것이다.

특구에 들어설 산업단지와 물류기지.금융센터 같은 시설을 위해 강화도와 석모도 등 서해 4개 섬과 해주 주변의 바다를 메워 6억4470만㎡(1억9502만 평)의 땅을 만들자는 방안도 제시됐다. 한국학술연구원(이사장 박상은)은 11일 서울 신문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한반도 공동번영 대전략'을 주제로 제9차 코리아포럼을 연다.

중앙일보가 후원하는 이날 포럼에는 우천식(한국개발연구원) 박사, 남성욱(고려대).김태승(인하대).안건혁(서울대) 교수, 왕이밍(王一鳴) 중국 거시경제연구원 부원장이 주제 발표자로 나선다. 이들은 남한의 인천과 북한의 해주를 잇는 선을 중심으로 주변 섬을 개발하는 '경기만 프로젝트'를 놓고 토론을 벌인다.

학술연구원 11일 포럼 … 외국자본 + 북한 인력 형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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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안에 간척지 2억 평 조성"=안건혁 교수는 강화도와 석모도를 중심으로 경기만 일대 4개 섬과 해주만 주변의 바다를 메우고 그 땅에 북한과 연계한 경제특구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남한이나 외국 기업의 자본과 기술로 공장과 항만을 만들고 인건비가 싼 북한 근로자들이 와서 일하면 경쟁력이 높다는 것이다.

그는 서해 갯벌과 수심.수로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 석모도 서쪽 9720만㎡(2940만 평)와 강화도 북쪽 4700만㎡(1422만 평)가 1단계 간척지 개발에 가장 적합한 곳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2단계로는 강화도 남쪽 1억5270만㎡(4619만 평), 영종도 북쪽 5410만㎡(1637만 평), 주문도 서쪽 3330만㎡(1007만 평)를 메우자고 제안했다. 통일이 이뤄진 뒤에는 3단계로 해주만 일대 2억6040만㎡(7877만 평)까지 확대하자고 주장했다. 모두 합치면 6억4470만㎡(1억9502만 평)로 서울(6억539만㎡)보다 넓은 땅이 새로 생기는 셈이다.

총 투자비로는 300조원 이상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매립 비용에 94조원, 경제특구에 포함될 섬을 연결할 다리 건설에 2조원, 시설 공사비 232조원 등이다.

우 박사는 재원 마련에 대해 "세계은행.아시아개발은행(ADB) 같은 국제기구가 참여하면 우리나라의 재원조달 부담은 줄어든다"며 "남북협력기금을 확충하고 대북 지원사업을 투자사업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치권 행사하는 홍콩식 모델로"=남성욱 교수는 경기만 특구의 발전 방향으로 자유무역을 보장하는 홍콩식 모델을 제시했다. 신뢰할 수 있는 외국인이나 한국인이 행정장관을 맡아 독립 행정기구를 통해 외교를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자치권을 행사하자는 것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하고 달러를 공용 화폐로 쓰면 외국 투자자를 유치하기에 매우 유리할 것이란 아이디어도 나왔다.

김태승 교수와 왕이밍 부원장은 중국의 경제성장이 가속화하고 남북 교류가 활발해지면 중국의 동북부와 한국의 서해안을 둘러싼 지역의 물동량이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 교수는 "2020년이 되면 환 서해권의 총 물동량은 현재의 20배에서 24배까지 늘어날 것"이라며 "서해안에 최소 35개의 컨테이너 부두가 추가로 건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왕 부원장은 "서해권의 랴오닝.허베이.산둥성과 베이징.톈진시는 중국에서 면적이 5.4%에 불과하지만 전국 생산총액의 26%를 차지한다"며 "이 지역 항만의 물류량이 급증하면 한국 물류산업에도 중요한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정완 기자

☞◆경기만=인천과 경기도 해안가를 중심으로 한 반원형의 만. 북쪽으로는 황해도 장산곶, 남쪽으로는 충남도 태안반도에 이르며, 해안선의 총 길이는 528km에 달한다. 연안에는 강화ㆍ석모ㆍ영종ㆍ주문도 같은 수많은 섬이 흩어져 있어 서해의 다도해를 이룬다. 수심이 얕아 해안선에서 수십km 앞바다까지도 50m가 안되는 곳이 많다.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남북 정상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조정 문제로 군사적 긴장을 불러온 서해에 공동어로구역ㆍ평화수역을 설정하고, 남측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해주 지역에 경제특구를 설치해 개발하기로 한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공동어로구역ㆍ평화수역은 서해 평화벨트의 중심이 되고 해주경제특구는 제2개성공단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특별지대가 설치되면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여겨졌던 NLL이 군사적으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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