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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오프 토론방] 낙천·낙선·당선운동 타당한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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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시민단체의 낙선.낙천 운동에 대해 반대하는 네티즌이 많다. 합리적인 평가기준 없이 자의적으로 시작하면 또 다른 부패한 권력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반면 찬성하는 이들은 썩은 정치판을 도려낼 가장 합리적 대안으로 시민단체의 적극 개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치인들의 과거 전력이나 비리를 낱낱이 공개해 유권자의 선택에 도움을 주자는 것이다.

김태진 기자

*** "구태정치 벗으려면 부패인물 솎아내야"

총선을 앞두고 정치를 개혁하라는 국민의 목소리는 높지만 정치권은 여전히 부패.무능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치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시민단체들이 제안한 정치관계법 개정안은 국회의원들의 기득권 수호라는 벽에 부닥쳐 이렇다할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정치 주체를 확 바꿔야 한다는 국민의 요구가 어느 때보다 거세다.

시민단체의 낙선운동은 이 같은 배경에서 시작됐고, 또 이번 총선에서도 반드시 역할을 해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에 따라 참여연대를 비롯한 여러 시민단체들은 2월 초에 전국적인 낙선운동 연대기구를 결성해 각 정당의 공천과정에서부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 시민단체는 총선기간 중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 선거법 위반자, 공식석상에서 욕설.폭언을 일삼은 정치인, 여성.장애인 등을 비하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정치인, 이당 저당 권력을 좇아 당적을 옮겨 다닌 이른바 철새정치인, 과거 인권유린이나 쿠데타에 연루된 정치인, 정치개혁이나 부패 척결과 같은 국가적 개혁과제를 오로지 기득권 수호를 위해 가로막은 정치인 등 국회에 들어가서는 안 될 정치인들의 정보를 낱낱이 공개하고 유권자들과 공유할 것이다.

시민단체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정보와 유권자들의 현명한 선택이 힘을 발휘해 더 이상 부패무능한 정치인들을 국회에서 보지 않기를 희망한다.

김민영 참여연대 시민감시국장

*** "공정선거 해칠 우려 위법운동 그만둬야"

지난 16대 총선 때 엄청난 위력을 발휘했던 시민단체의 낙천.낙선 운동이 또다시 정치권과 국민의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많이 달라졌다. 대법원을 비롯한 각급 법원은 낙천.낙선 운동 방법의 위법성을 지적했다. 또 정파적.이념적 경향을 보이고 있는 시민단체의 이름으로 낙천.낙선 운동을 전개할 경우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하기가 쉽지 않아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기 어렵다. 이러한 몇가지 문제점 때문에 시민단체 간에도 이번 총선을 앞두고 낙천.낙선 운동을 둘러싼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다.

낙선.낙천 운동이 허용되기 위해서는 대상자 선정의 공정성.객관성뿐 아니라 운동 방법의 합법성이 전제돼야 한다. 시민단체가 최대한 감정을 자제하고 법이 허용하는 방법을 구사하고자 노력하면 합법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막상 운동에 돌입하면 운동 자체의 성공이라는 목표에 몰두해 합법의 테두리를 벗어나기 쉽다.

낙천.낙선 운동을 자제하는 것이 실정법을 앞장서 준수해야 할 도덕적 책무를 지고 있는 시민단체의 본분에 맞는 것이라고 본다. 다만 가치판단이 배제된 채로 후보(예상자)에 대한 판단의 참고자료가 될 수 있는 의원의 발언내용이나 의정활동 성적, 살아온 경력 등을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합법적인 방법으로 제공하면 유권자의 판단에 도움을 줄 것이다.

심규철 한나라당 의원

*** 찬성

▶정치인들은 흔히 흐려진 연못물에 비유된다. 이런 흙탕물의 자연 정화를 기다리다가는 온 국민이 목말라 죽을지도 모른다. 상수도 취수장에서 강제 정화 과정을 거쳐야 신속히 국민에게 마실 물을 공급할 수 있듯이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강제 정화' 과정이 필요하다. 바로 그게 낙선운동이다.

▶역사적으로 혁명이나 시민 운동이 활발할 때를 살펴보면 윗물의 부패와 무능이 극치를 달렸을 때다. 지금도 그때다. 낙천.낙선운동이 법적으로 타당치 못하다며 발목잡는 이들이 과연 법을 잘 지키는지 묻고 싶다. 자신들은 불법을 자행하면서 그러한 자신들을 물갈이 하려는 시민단체의 운동을 법의 이름을 빌려 방해하려는 자는 누구인가.

▶시민단체가 딴짓을 한다고 하지만 그들의 목적과 역할은 결국 우리의 삶이요, 정치다. 모든 정치인이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거짓말 할 때 '아니오'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는 삶의 발전이요, 정치의 발전이다.

▶역사를 보면 이름 없는 민중의 힘이 부당한 권력과 탄압에 저항해 많은 희생을 치렀지만 결국 바른 역사로 끌고 간 사례가 많다. 3.1운동, 4.19운동, 6월항쟁….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말처럼 장점보다 옥에 티를 확대 해석한 오류가 많은 듯하다. <1961ma>

▶낙선운동을 겁내는 자, 당당한 자 없다. 지난 총선 때 낙선 운동 대상자 중에 어디 바른자가 있었던가. 그 한가지만 보면 아는 것 아닌가.

▶낙선.낙천운동하는 시민단체가 틀렸다고 생각하면 명분 있는 반대 단체를 만들면 된다. 그게 더 정의스럽다면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것이다. 시민단체가 제대로 하지 못하면 당장 시민들에게 외면당한다. 낙선.낙천운동의 공과와 성패는 결국 시민이 판단할 일이다.

*** 반대

▶각 정당과 후보는 너도나도 유사 시민단체를 만들어 오직 반대를 위한 반대운동을 전개하게 될 것이다. 포퓰리즘은 극에 달하고 유권자의 판단력은 마비돼 선거판 혼란은 더욱 가중될 게 분명하다. 국가발전에 적합한 인물보다는 임기응변과 꼼수에 능한 인물이 또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객관적 선출도 받지 못한 시민단체가 무슨 국민을 대표하겠다는 건가. 결국 국민을 빙자, 자신들의 이익만 챙기는 또 하나의 패거리가 생길 뿐이다. 진정한 시민단체라면 국민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객관적인 정보만 제공해 주면 충분하다.

▶ 진정한 시민단체라면 자의적인 기준을 앞세워 일방적인 반대를 표명할 것이 아니라 출마자들에 대한 객관적인 자료를 국민에게 알려주면 된다. 낙천.낙선 운동은 시민단체의 잣대를 국민에게 어거지로 끼워 맞추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치권의 물갈이는 유권자만이 할 수 있다. 시민단체는 유권자의 권리를 침해하지 마라. 지금 우리나라의 시민단체는 순수성이 의심스럽다. 마치 정치 집단처럼 보일 뿐이다.

▶낙선운동은 유권자를 무시하는 불법행위다. 어떤 후보가 스캔들이 있어 낙선운동 대상이라 해도 유권자는 다른 장점(능력과 경력) 때문에 투표할 수도 있다. 시민단체는 단점을 알려주는 데 그쳐야 한다.

▶국민의 의사결정에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 소지가 크다. 3공화국 때 통일주체국민회의처럼 관제 선거가 될 수도 있고 소수 의견이 다수를 누르는 우를 범할 수도 있다.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는 합리적인 방법을 모색하기 바란다. 시민단체가 모든 정의의 기준이나 국민의 의견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변형된 독재권력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온&오프 토론방'의 다음 주제는 '서울시 교육청의 선행학습 학생 불이익 방침 어떻게 생각하나'입니다. 인터넷 중앙일보 사이트 www.joongang.co.kr에 이정곤(서울 대명중 교장).권대봉(고려대 교육대학원장)씨의 찬반 의견이 올라 있습니다. 독자 토론 내용은 10일자에 실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