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세계화·정보화 시대의 한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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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기본은 역시 한글·한국어에 대한 사랑과 존중이다. 핀란드나 덴마크 국민은 영어 구사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자국민끼리 대화할 때는 철저하게 모국어를 쓴다. 정체불명의 외래어·외국어가 범람하는 우리 사회가 배울 점이다. 그러나 동시에 한글을 편협한 국수주의의 틀 속에 묶어두어서도 안 된다. 외래어만 해도 세계화 추세에 불가피한 측면이 강하다. 국립국어원 등 관련기관이 나서서 적절한 외래어나 우리말 대체어를 선정하는 작업을 지속해야 한다. 일정한 수준의 한자교육도 한글 사랑과 상충되는 일만은 아니라고 본다.

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는 일이다. 한글은 중국 한자나 일본의 가나에 비해 컴퓨터 입력속도가 7배나 빠르다. 이런 이점과 뛰어난 디자인성을 살려 정보화 시대의 효자로 키워야 한다. 외국인을 위한 한글·한국어 교수법과 교재도 한층 다양화하고 수준을 높여야 한다. 국내 거주 외국인 노동자 자녀는 물론 한국어를 배우는 외국인, 문자가 없는 제3세계 주민 등 한글이 감당할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다행히 얼마 전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한국어를 국제특허협력조약의 국제공개어로 채택하는 등 한글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2016년까지 한국어 교육기관 ‘세종학당’을 전 세계에 200개 설치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글의 우수성이 정보화·세계화 시대에 한층 진가를 발휘하도록 노력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