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중국·중동서 설비 증설 붐 석유화학 생산 과잉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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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위르겐 함브레히트(61·사진) 바스프 회장은 “비용을 줄이고 기술혁신을 이루는 것만이 한국 화학산업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원료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생산품도 절반 이상을 수출해야 하는 여건 속에서 우선 비용을 낮추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방한한 그는 한국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중동에서 에틸렌과 프로필렌 같은 가스를 액화해 운송하는 것은 물류비가 많이 든다”며 “현지에서 가공해 반제품 형태로 들여오면 한국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효율적일 수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중동과 중국 지역의 설비 증설 붐으로 세계적인 석유화학 생산 과잉 현상이 예상되므로 당분간 설비투자를 적게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함브레히트 회장은 한국의 임금 수준 상승세를 우려했다. 화학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이라 고용인력이 적어 임금이 뛰었다고 공장을 금세 이전하지는 않겠지만, 섬유회사 등 고객들이 해외로 이전하면 별 수 없이 영향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화학산업의 경쟁력은 있다고 평가했다. 1980년대부터 본격 투자가 시작돼 일본보다 시설이 현대화됐고, 중국에 비해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다. 다만 특화된 기술이 없다는 것을 단점으로 지적했다.

그는 “고유가 환경에서 수익성을 높이려면 혁신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며 “바스프는 3년간 연구개발 투자 비용을 40% 늘렸다”고 말했다. 민간협의체인 ‘독일 경제 아시아·태평양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그는 한국에서 4~6일 열린 독일 경제 아태회의(APK)를 주재하기 위해 방한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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